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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30. 2021

편지는 왜 가을일까?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 마법

어제까지 맑던 하늘이 흐리다.


<흐린 가을 하늘엔 편지를 써>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래. <가을 편지>란 노래도 있었지..

맞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도 있네...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궁금해졌다.


편지는 왜 가을에 어울릴까?


편지는 누군가를 위해 써서 보내는 정성스러운 글이다.


대중을 상대로 쓰는 글이나

문자나 메일로 쉽게 보내는 글이 아니다.

자기를 위해 쓰는 개인 일기나

문서를 담아 보내는 일반 우편물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면

따뜻한 게 그리워지기 마련이고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가을이 더 깊어지기 시작하면

낙엽이 떨어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고

문득 외롭다는, 혼자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편지를 썼다.

나도 그랬다.




한창 사춘기던 시절,  '펜팔'이란 걸 했다.


잡지책을 통해 주소를 얻은 부산 소녀였는데

꽤 오래 편지를 주고받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실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상대와

오로지 손으로 쓴 글씨로만 나누는 종이 위 대화는

많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한번 만나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부산엔 눈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언젠가 눈사람을 보여주고 싶다고 썼던 기억만 남았다.


편지를 써서 보낼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마음은 따뜻했고 감정은 충만했던 시기다.


물론 이때 쌓였던 내공이

후에 연애편지 쓰는데 꽤 도움이 되기도 했다.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가 술만 먹으면 늘 불렀던

<우울한 편지>가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그 친군 음치였지만 가사가 예술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물 다섯 청춘에 요절한 천재 가수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연애편지였다.


어리숙하다 해도
나약하다 해도
강인하다 해도
지혜롭다 해도

그대는 아는가요
아는가요
내겐 아무 관계없다는 것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계절,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시월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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