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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자본주의와 같다

배도 입도 억울하다

by 본드형

또 배탈이 났다.

머리도 살짝 아프다.

새벽에 깨어 화장실을 다녀와 생각하니 그럴만했다.


어젯밤 아이스크림은 한통만 먹었어야 했다.

<슬기로운 산촌생활>에서 본 두부달걀전에 도전해 자기 전 소주 한병도 참았어야 했다.


늘 이렇다


탐욕스러운 입이 말 못 하는 배만 고생시킨다.

뇌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 말리지 않은 죄가 크다.

머리라는 같은 지역에 산다고 늘 입의 편이다.




나이가 들수록 식탐이 생긴다.


담배를 끊은 뒤로 군것질이 늘기도 했고

TV나 유튜브에 먹방이 많아진 것도 핑계일 수 있지만

언제부턴가 탄수화물의 유혹을 참아내기 힘들어졌다.


고기는 밥이 있어야 하고

식빵 하나를 사면 하루 만에 잼을 발라 해치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라면도 꼭 먹어줘야 한다.

집에서 몸 쓰는 걸 싫어하는 성격까지...

입만 즐겁기 딱인 조건이다.


아내는 나와 다르다.


채식과 운동을 좋아한다.

고기는 엄청난 양의 쌈을 싸 먹고

밥이나 밀가루 음식은 항상 아쉽게 양을 조절한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에 요즘 필라테스도 꾸준히 다녀

배가 편하기 딱인 조건이다.


언젠가 그녀와 이런 대화를 했다.


배는 참 억울해.
좋은 맛은 위에 사는 입이 다 보고
자긴 아래 살면서 평생 일만 하잖아.
어쩌다 양껏 욕심부리면 탈만 나고...

하지만 그거 알아?
사실 맛을 느끼는 건 뇌라는 사실.
입도 결국 음식물 부수고 삼키는 일만 하는 거야
그런데 배한테 욕은 자기가 먹어
입도 참 억울해.


사람의 몸도 어쩌면 자본주의와 같다.


내가 일해야 먹고사는 노동자 (배, 입)

남을 일하게 만드는 자본가 (뇌)


억울하지 않으려면 아내처럼

채소 많이 먹고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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