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회사에서 영문 계약서와 씨름 중이다.
신규 합작사업을 위한
투자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인데 도대체가 어렵다.
몇 억짜리 부동산 계약도 아니고
몇 백억이 오가는, 그것도 외국 회사와 복잡한 거래라서
부서 내 여러 명이 붙어 꼼꼼히 살펴보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비즈니스 용어에
해석조차 안 되는 영어 단어나 문장들이 너무 많다.
"이거 수능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투덜대니까
한 후배가 맞장구를 친다.
"그러니까 전문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돈을 벌죠."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계약서를 작성 및 검토, 수정하는데 그들이 받는
시간당 수수료가 상당히 높았다.
즉, 어려운 전문용어로 복잡하게 되어 있어야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수입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일종의 권력 유지의 수단이다.
하긴, 언어가 권력인 예는 많다.
중세시대 교회는 라틴어로
조선시대 양반은 한문으로
글로벌 시대 미국은 영어로 권력을 유지했었다.
뿐 만 아니다.
IT 개발자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의사나 변호사는 의료나 법률 용어로
MZ 세대는 약어나 신조어로 그들의 권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특정 언어의 시대는 늘 대체되고
특정 언어의 전문성은 결국 사라진다는 걸
우리는 역사와 경험을 통해 안다.
언어는 소수 특권층의 수단보다는
대중이나 다수가 쓰기 편한 공공재에 가까워야 한다.
누구나 쉽게 전달, 내용(Content)을 이해할 수 있고
목적과 상황에 따라 맥락(Context)만 해석하면 되는
그런 언어 말이다.
마치 누구나 글은 쓰고 읽지만
그 의미나 재미는 다른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사업 계약서도
딱 보면 뭔 말을 하는지는 알겠고
그게 내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판단해
협상을 거쳐 합의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쓰면 좋겠다.
절대.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