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금요일 저녁,
아내에게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신작이 나왔다는
고지를 받고 첫회부터 시연에 들어갔다.
이미 유명한 웹툰이 원작이라는 <지옥>.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는
시작부터 <판타스틱 4>의 '씽'을 닮은 지옥의 사자 3명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 한 죄인을 화형 시키는 장면에서부터
받은 충격으로 마지막 6회까지 그대로 빠져버렸다.
신과 인간, 죄와 심판, 삶과 죽음 등
다소 철학적인 무거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하지만 절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막 오픈한 거라 스포일링은 자제한다)
<BTS>, <기생충>에 이어
지난번 <오징어 게임>까지
계속 이어지는 대박 K 시리즈를 보며 드는 생각.
한국이 만든 콘텐츠를 세계가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MZ세대와 디지털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원래부터 빠르고(급하고), 다양한(뒤섞인)
한국식 문화코드가 '제때'를 만난 게 아닐까 싶다.
새로울 것이 더 이상 없는 지구라는 곳에서
원하는 반찬들 다 집어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이리저리 쓱싹 비벼
순식간에 만들어 먹는 비빔밥 같은 K 콘텐츠가
먼 나라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에겐 더없이 새로운 맛이지 않았을까?
한국인의 창의력은
순수과학 같은 작품성(Originality) 보다는
공학 같은 대중성(Popularity)에 확실히 더 발휘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처럼
K라는 개미지옥으로 빠지게 하는 작품들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토요일 늦은 아침,
브런치 겸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진라면, 진짬뽕 어느거?'
아내의 질문에 주저 없이 답한다.
"하나씩 섞어. 새로운 진 시리즈 좋잖아~"
역시 한국인인 나도
나름 창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