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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29. 2021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그러니 세상이 내편이다

하고 싶다 손들다


얼마 전 회사에서 신사업 조직 확대를 위해

사내 공모를 실시했다.


부장 8년 차인 나는

최대한 버티기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직급이나 직책에 무관하다는 게시를 본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되겠어?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자...

마지막 날까지 고민하다 지원서를 작성해 냈다.


미리 예상치 못한

에세이 작성과 인터뷰 진행에 당황스러웠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한 달 여 지나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대학이나 MBA 유학 때만큼 기쁘진 않았지만

뭔가에 재도전한 스스로가 대견했고

연말 사내 인사가 어찌 될까 눈치 보지 않아 다행이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손들고 나선 내 뻔뻔함이 은근 자랑스러웠다.


브런치 작가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도전 성공이다!




그 우산 내 건데...


부서를 옮기고 2주가 지났다.


부서장을 포함 모두가 후배인 조직.

내가 먼저 한 사람씩 점심을 먹으며 친해지기로 했다.


그런데 옆자리 앉은 과장 후배가 의외로 낯을 가린다.

점심 약속도 계속 미루다 가장 늦게 잡았다.

일도 잘하고 위아래 사람과 관계도 좋다는 평을

미리 들었던 터라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아직 서먹하던 어느 날.

잠깐 외출하려던 그녀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에

옆 파티션에 걸어둔 내 우산을 집어간다.


지난번 편의점에서 산 평범한 비닐우산인데

분명 자기 것과 착각했던 거였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고

원래 나라면 상대가 당황할까 봐, 내가 소심해 보일까 봐

그냥 모른 척 두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팩트는 알아야 하니깐...


자리로 돌아온 걸 보고

나도 잠시 커피를 들고 휴식하러 나왔다.

그리고 사내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그 우산 내 건데...
(네?)
제 우산입니다
(앗 죄송해요. 제 건 줄 알았습니다)
낯가린다더니 너무 당당하시네 ㅎㅎ
(ㅋㅋㅋㅋ)


이제 좀 친해지려나...


조금 뻔뻔해지니

일도 사람도 여러모로 내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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