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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14. 2021

경적이 울리는 아침

기분이 널뛰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출근길 아침이었다.


약간 차갑지만 맑은 날씨에 기분 좋고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


사거리 교차로 직전 우측으로 꺾어지는 골목길 앞에서

앞차가 잠깐 멈추고 짐을 내리자

직진을 못한 뒤차가 계속 경적을 울려댔다.


비끼라는 건지

화났다는 건지

주변 차량들과 사람들의 기분은 아랑곳없었.


그래 봐야 몇 분 빨리 가는 것을...
왜 그리 마음에 여유가 없을까?


앞차가 출발한 직후에도

뒤차의 경적은 신경질적으로 길~게 한번 더 울렸고

마침 교차로 신호도 그때 바뀌어 다른 차들도 움직였다.


그러나 대기 중인 차량 줄이 길었던 탓에

그 뒤차는 결국 몇 미터 못가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했다.


자동차 선팅을 진하게 했고

내가 걷던 보도와도 반대편 차선에 있어서

운전석 안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기분 좋게 시작한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짜증스럽게 만든 그 뒤차에게

내 마음속 클랙슨을 세게 한방 날리고 오래 째려봐 주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사회 한국.

그런 경쟁에 익숙한 천만명 도시 서울.


그 속에 사는 나는

경적에 쫓기며 앞에 있는 걸까

경적을 울리며 뒤를 쫓는 걸까


꽉 막힌 차선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조금이라도 빨리, 남보다 먼저 달리는 경주가 아닌


내 속도에 맞게

내 기분에 따라 다양한 길로

내 발로 출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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