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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an 14. 2022

NFT는 슬픈 용이다

소유와 사용, 뭐가 가치일까?

개천에서 난 용의 슬픔


산책을 하다 아내가 말했다.

"나는 개천의 용이라 슬퍼"


얘기를 들어보니,

그리 넉넉하지 못하게 자란 탓에 너무 아낀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켜진 전깃불을 못 참고

음식 남는 걸 싫어해 밥도 딱 먹을 만큼만 하고

집안에 굴러다니는 각종 물건도 그냥 버리지 않고

이리저리 최대한 쓸모를 찾아 활용하다가 버린다는 거였다.


너무 실용적이다 보니

삶의 여유가 좀 생겼는데도 쓸 줄 모르고

좋은 거, 비싼 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그래서 아들이 자기를 닮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걱정 마, 그건 나 닮았어"

재테크 잘하는 아내, 엄마를 둔 덕분에

쓸 땐 쓰고 지를 땐 맘껏 지를 수 있는 부자(父子)라는 

철없는 남편의 해맑은 위로에 그녀는 웃었다.




요즘 NFT가 화제다.

아들이 미술을 전공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일종의 '디지털 자산'으로

재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단다.

NFT(Non-Fungible Token) :
우리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의미인데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정보를 담아
거래를 통해 가치가 상승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용어는 어렵지만 개념은 쉽다.


아들이 그림을 그려

그것을 디지털 자산, 즉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

온라인 거래소(플랫폼)에서 'NFT'로 전환해 전시한다.


A라는 사람이

그 NFT(이미지)가 맘에 들어 구매를 하면

아들은 돈(암호화폐)을 받고 A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A가 B라는 사람에게 팔면 같은 거래가 계속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또 일정 비율 돈을 받는다.

즉, 재판매 로열티가 계속 생긴다.

(모든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기술로 업데이트, 저장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화가 지망생인 아들이 그린 그림이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누군가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아

고액으로 판매될 수 있다는 꿈같은 현실이다.


재미있는 

실제 그림과 현금은 이 거래에서 이동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받고 이미지 파일을 파는 셈이니까.


아들 입장에선 받은 암호화폐, 예를 들어 '이더리움'은

언제든 원화나 달러로 바꾸면 되지만,

NFT를 구매한 사람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여기서부터가 참 어려워진다.



엄청난 부자가 있다고 치자.


비싼 그림과 넓은 토지를 가졌으나

장부상으로만 소유했을 뿐 직접 보거나 가보지 않았다면

그건 소유로서만 가치가 있어 거래의 대상일 뿐이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이 있다.


돈도 없고 내 집도 없지만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들러 좋아하는 그림을 감상하고

평소 공원에서 가족과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면

그건 사용자로서 경험의 가치를 가진다 할 것이다.


소유했지만 즐기지 못하는 사람과

비록 내 것이 아니지만 충분히 누리는 사람 중

누가 진짜 부자일까?


NFT를 시세차익만 노린 또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경험할 줄 모르는

슬픈 용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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