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로 할게요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빵집에 들렀다.
평소 먹고 싶던 식빵을 고르고 신용카드를 내려다 문득,
매번 까먹고 사용하지 못한 제로페이가 생각났다.
스마트폰을 꺼내
해당 앱을 찾아 들어가
우리 동네용 모바일 상품권을 클릭하고(작년에 10% 할인가로 5만 원권을 미리 구매함)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고
지문인식으로 본인인증을 한 후
계산대 옆에 붙어있는 QR코드에 카메라를 대니...
드디어 금액을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온다.
빵값 5,500원을 입력한 후
결제하기를 누르니 영수증으로 바뀐다.
그걸 주인에게 보여주고 최종 결제를 마쳤다.
복잡하고 불편했다.
아무리 가맹점 수수료가 '제로(0%)'라서
동네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 해도,
게다가 소비자로서 10% 싸게 물건을 산다 해도
이런 간편결제 시스템을 자주 활용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신용카드 내면
주인이 알아서 결제 후 영수증 챙겨주는 방식이
훨씬 익숙하고 편할 터였다.
남은 44,500원은 언제 다 쓰지...
이름만 '간편결제'다
간편결제는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 중 하나다.
핀테크(FinTech) :
금융(Finance)+기술(Technology) 합성어의 준말.
단순한 결제에서부터 송금, 대출, 주식, 자산 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인터넷/모바일 환경에서 제공함.
최초의 간편결제는 페이팔(PayPal)이라고 하는데,
온라인 구매자와 판매자 간 '안전한' 거래를 중계하는
즉, 거래대금을 제삼자에 맡긴 후 배송 확인 후 지불하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그 시초라 한다.
국내는 공인인증서(ActiveX)와 같은 '복잡한' 온라인
인증절차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의 NFC 기술(Near Field Communication :
근거리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오프라인도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삼성페이가 그런 사례다.
한마디로
'온라인'에서 거래를 하다 보니
안전한 결제를 위해 인증절차가 복잡해졌는데
그걸 기술적으로 간편하게 지원하는 서비스란 의미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처럼 직접 가게에 들러 현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 절대 간편할 리가 없다.
서로 얼굴 보고 거래하는데 굳이 인증이 필요한가!
물론 돈과 지갑을 따로 안 챙겨도 된다는 점은
쪼~금 편하긴 하지만 말이다.
월급봉투가 자동이체로 바뀌고
지갑 속 현금이 신용카드로 대체되더니,
이젠
물건값도, 경조사비도
복잡하고 불편한 간편결제로 내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자꾸 쓰다 보면 결국
익숙해지고 편리하게 느끼는 때가 오겠지만,
얼굴 보면서, 물건 만져보고, 셈을 치르던
살아있는 열기로 가득했던 전통적 시장 거래는 아마도
코로나 이후 더욱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몸은 편해지는데
머리는 불편하고
사람들이 그리운... 그런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