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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를 하다 현타가 왔다
평생 속고 살았다
by
본드형
Apr 29. 2022
너 누구냐?
가끔 화상회의를 하다 보면
녹음을 통해 듣는 내 목소리가 평소 듣던 것과 달라서
이상할 때가 있다. 톤이 좀 높다고 할까... 암튼 별로다.
찾아보니 다 과학적 이유가 있단다.
평소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공기뿐만 아니라 내 몸, 특히 두개골을 포함한 뼈의 진동을 통해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저음까지 풍성하고 더 입체적으로 들린다고 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녹음된 내 목소리가 남들에게 들리는 진짜란 소리다.
나만 속고 살았단 소리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다.
주관식 문제가 처음 도입된 해,
나는 대학
입시
에 떨어져 재수를 했다.
물론 그 당시 주관식 문제는 서술형이 아닌 주로 단답형이었지만, 4개 항목 중 1개 정답을 고르는 사지선다(四枝選多) 형 객관식 문제를 푸는데 익숙했던 터라 적지 않게 당황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양한 해답을 찾기보다
타인의 관점으로도 분명한 정답을 찾는데 더 익숙했기에
'나의 시각 = 남의 시각'이라는 생각이
'내게 정답 = 남도 정답'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크다.
'우리' 공통의 가치가 큰 그 시절을 살아온
나 같은 세대가 라떼를 외치는 꼰대가 돼가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불편하기만 한 화상회의가 좋은 점도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믿던 것들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되니 말이다.
'현타(現time)'라는 말이 있다.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의미하는데,
나는 '현명해지는 시간(賢time)'으로 해석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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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작가 연습생입니다. * 문화잡지 <쿨투라> 병오년 1월호에 제 글 '나의 로시난테에게'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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