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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

그런데 우린 가끔 잊고 산다

by 본드형
고진감래(苦盡甘來)


오늘은 대한(大寒)이다.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이란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중국을 기준으로 해서 그렇다던데


내 생각엔,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되돌아 올

입춘(立春)이 주는 설렘 때문도 클 것 같다.


마지막 절기란 아쉬움보단

처음으로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지금 어둠을 밝히고 추위를 데우는 탓이리라.




오늘은 아들 생일이기도 하다.


휴가 복귀하자마자 혹한기 훈련이라 했는데...

부대가 있는 강원도는 눈도 많이 왔고 훨씬 춥다는데...


걱정 반 그리움 반

생일 축하 톡을 보내고 나니

녀석이 태어나던 날 생각이 났다.


밀레니엄이 시작한 2000년 1월 20일,

서울에 눈이 엄청 내렸었다.

아내는 오랜 산통 끝에 3.8kg의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솔직히 그땐

내가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밤새 죽는 줄 알았던 아내가 안쓰러웠을 뿐,

뭔가 쪼그만 생명체가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손주의 탄생 소식에

지방에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츤데레 아버지는

병원에 들어오시기 전에 꽃집에 들러 며느리 줄 장미(카네이션이었을지도 모르겠다)를 사셨다.


하얗게 얼어붙은 거리를 빨간 꽃바구니를 들고서

불편한 다리로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시던 아버지 모습.


돌아보니 당신에겐

일 년 만에 돌아온 절기처럼

삼십 년 만에 찾아온 설렘이고 희망이었으리라.




추운 겨울을 겪어야 봄이 찾아오고

힘든 산통을 겪어야 아기가 태어나는 것처럼


모든 건 지나가고

다시 또 돌아온다.


가끔 잊고 사는 이 상식을, 이 순리를

힘든 시기를 겪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보는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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