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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r 01. 2022

서울숲에서 길을 묻다

한 이야기꾼을 추모하며...

햇살 좋은 일요일 아침,

서울숲에 갔다.


오미크론이 절정으로 치닿는 시기인데도

아이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제법 많았다.


아내와 짱이와 함께 이리저리 걷다

한 표지판 앞에 섰다.


주요 도시들의 방향과 거리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진짜 그곳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닐 테고...

왜 만들었을까?




'시대의 지성'이라는 이어령 교수가

어제 별세했다는 뉴스를 봤다.


항암치료를 마다한 채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며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죽으면 '돌아가셨다'다 하잖아.
탄생의 그 자리로 가는 거라네.
죽음은 어두운 골짜기가 아니야.
눈부시게 환한 대낮이지요.


6년 전 가신 내 아버지처럼

참 멋진 어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을 흔히 여행에 비유한다.


탄생이 출발지라면

죽음은 그 여행의 종착지 이리라


그럼 궁금해진다.


내 행선지는 어디고

여기서부터 얼마나 남았을까?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린 왜

여기서 지금 만났을까?


한 이야기꾼이

멋진 여행을 마친 다음날,

서울숲 표지판을 통해 내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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