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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r 06. 2022

우주의 맛

희소성의 가치

우주의 맛


콜라 회사 다니는 친구가

'별먼지(Stardust)'라는 신제품이 나왔다며

집으로 보내왔다.


그런데 그 맛이 참 신박하다.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다.


섹시한 붉은색으로 디자인한 캔 아래에 표시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우주의 맛(Space Flavored)'이라...


다시 한 모금 마셔보니

지금껏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맛을

처음 경험하는 기분이 들긴 하다.


게다가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니...

뭔가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듯하다.


역시 전 세계에서 소비자를 가장 잘 꼬시는

브랜드 마케팅 회사답다.




희소성의 가치


희소한 것은 가치가 높다.

마케터들은 그 희소성을 활용한다.


귀한 재료가 들어간 고급음식,

혁신적 기술로 만든 전자기기,

특별 주문으로 맞춤 제작한 명품가방...


뭔가 흔한 것이 아니라는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서

한정판을 생산해 비싼 가격을 정당화한다.

(물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요즘 희소성의 논란이 큰 분야가

바로 NFT(디지털 소유권 정보가 담긴 가상 토큰)다.


디지털 아트처럼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복사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미지나 동영상이 수백억 원에 팔리는 이유가

'소유권'이라는 그 가치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살짝 혼란스럽다.


소유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고

사용할 수 있는 기기도 아니고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도 아닌데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그래서 나만 독점화할 수 없는 자산의 소유권이

과연 희소하다고, 그래서 값어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가치는 희소성만으로

평가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란 점이다.


공기나 물처럼

누구나 늘 펑펑 쓰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다이아몬드나 금처럼

그냥 돌덩이에 불과했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

수요공급 법칙으로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것들도 있다.


한정판 콜라의 진정한 가치는

어쩌면 우주의 맛이라는 그 희소성보다,


특별한 것이 생겼을 때 나를 떠올리고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는  소중한 마음이지 않을까...


친구야 고맙다.

대박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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