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May 14. 2022

전력질주

<나의 해방일지>

손석구란 배우 매력 있다.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대사와 표정,

그 안에 단단함과 여유까지...

한국인 제임스 본드 역으로 1순위가 아닐까?


그가 나오는 <나의 해방일지>로 주말 밤이 즐겁다.

특히 4회 앤딩 씬은 최고였다.


삶의 목적을 잃고

경기도 시골 구석에 숨어

염씨네 가족 일을 도우며 사는 구 씨(손석구).


여름 한낮, 바람이 불어와

그가 추앙하는 염씨네 막내딸(김지원)의 모자가

개울 건너편으로 날아간다.


언뜻 봐도 뛰어넘기 어려운 거리.

하지만 그는 불쑥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다.

두려운 표정이 일도 없다.


어? 어? 설마... 설마...

염씨네 가족들 눈이 커진다.


구 씨의 점프.

허리가 활처럼 휘며 그가 날아오른다.

그리고 가뿐히 뛰어넘는다.


박해영 작가 드라마의 매력은 엉뚱함이다.


<나의 아저씨>에 이은 두 번째 <나의~> 시리즈로

'추앙'이라는 낯선 대사와 함께

점프 장면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를 통해

묘한 기대감을 준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 쨍한 여름날은

나의 무료한 일상을,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휙 날아가버린 모자는

나의 잃어버린 삶의 목적,

감히 뛰어넘기 불가능해 보이는 개울은

그렇게 살아가는 나의 비겁한 변명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잃어버린 삶의 목적을 되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만든 비겁한 변명 뒤숨어 주저하지 말고

구 씨처럼 전력 질주해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면

못 뛰어넘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버려.

그 순간만큼은 오직 건너편만 보고 뛰어.

그럼 해방될 수 있어.

한번 해봐.


이렇게 응원하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눈빛을

나도 추앙하지 않을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심법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