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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un 23. 2022

우린 잘살고 있는 걸까

갈매기의 꿈

회식을 했다.

평소 아끼는 부서 후배들과

종로 3가 갈매기살 골목을 찾았다.


지하철역을 올라오는데

후덥지근한 저녁 바람에 실려오는 고기 굽는 냄새와

시끌벅적한 사람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퇴근한 직장인들의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지는

여름 저녁 풍경이다.




예약한 집을 찾아 들어섰더니

오래된 좁은 공간에 젊은 손님들로 꽉 찼다.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우주선을 쏘아 올릴 기세다.


대표 메뉴인 갈매기살을 굽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진짜 갈매기를 먹는 줄 알았던 억이 떠오른다.

(불판에 올리고 보니 날개 편 그 모양이 나온다)


제일 막내인 후배가

실험실에서 실린더 눈금 맞추듯 조제한 소맥으로

첫 잔을 부딪힌 후 본격적으로 먹방 모드로 들어갔다.


조금씩 건아하게 취기가 돌자

단골 안주인 회사와 상사에 대한 뒷담화와 함께

각자 좋았던 학창 시절 이야기와

시답지 않은 첫사랑 추억들을 하나둘 꺼낸다.


그리고 그때 꾸었던,

지금은 조금씩 멀어져 가는 자신의 꿈들을 떠올렸다.


우린 잘 살고 있는 걸까...




한 번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갈매기의 꿈>에 한 구절이 생각났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더라도

내가 원하는 삶에 도전하고 끝내 그 자유의 꿈을 이뤘다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톤의 이야기...


하지만 내일도

먹이를 잡기 위해

'가장 일찍 일어나는 새'로 살아야 하는 우린

오늘 밤 열심히 갈매기살만 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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