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와의 전쟁 선포 2주 후
머리카락이 직립 보행하기 시작했다
어때?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카톡이 울렸다.
아내였다.
아내
정수리 확대해보면 큰 차이가 있어.
단백질 바르기 전(7.19) 부슬부슬 머리카락이 얇았는데,
31일 보면 힘이 생겼어.
둘 다 아침에 식탁에서 찍은 사진이얌.
남편
더 비어 보이는데...
힘이 생겨 그런가?
아내
그렇지.
그 전엔 힘이 없어서 다 누워 있었어.
머리 나는 것도 바르니까 날 거야.
남편
엄지 척 (이모티콘)
아내
머리카락에 칭찬해줘야 해.
힘내고 있잖아.
남편
쓰담쓰담 (이모티콘)
아내가 내 탈모와 전쟁을 선포했다.
몇 주 전,
그녀가 독일과 미국에서 온라인 직구로 주문했다는
무기들(?)이 속속 도착할 때만 해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발모나 탈모방지에 효과가 그렇게 좋다면
벌써 대박이 났다고 여기저기 뉴스에 났을 테니까.
하지만 한번 맘먹으면 꼭 해내는 그녀는
비장의 신무기도 개발했다.
우유로 다이어트용 요거트를 만들 때 나오는
단백질 부산물을 가지고 머리카락에 바르면 힘이 생기는
마법의 신약(?)을 만들었다고 했다.
먼저 테스트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이 레시피로 떼돈을 벌어보겠다는 그녀의 큰 꿈에
난 또 어쩔 수 없이 실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설마 대머리야 되겠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어 다니던 유인원이 직립 보행하는 인류로 진화하듯이
휑~하던 정수리 부분에 힘없이 누워있던 머리카락들이
조금씩 어깨를 펴고 걷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국지전에서
승기가 보이기 시작하니
아내의 신무기에 믿음이 생기고
어느새 탈모와의 긴 전쟁을 벌일 용기가 솟았다.
얼른 머리를 감는다
아내의 명령에 따라
주말 아침부터 나는 잽싸게 전투 준비를 한다.
비닐모자를 뒤집어쓴 내 얼굴엔 충성의 미소가 흐른다.
여보야, 나 이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