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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ug 06. 2022

탈모와의 전쟁 선포 2주 후

머리카락이 직립 보행하기 시작했다

어때?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카톡이 울렸다.

아내였다.

아내

정수리 확대해보면 큰 차이가 있어.
단백질 바르기 전(7.19) 부슬부슬 머리카락이 얇았는데,
31일 보면 힘이 생겼어.
둘 다 아침에 식탁에서 찍은 사진이얌.

남편

더 비어 보이는데...
힘이 생겨 그런가?

아내

그렇지.
그 전엔 힘이 없어서 다 누워 있었어.
머리 나는 것도 바르니까 날 거야.

남편

엄지 척 (이모티콘)

아내

머리카락에 칭찬해줘야 해.
힘내고 있잖아.

남편

쓰담쓰담 (이모티콘)




아내가 내 탈모와 전쟁을 선포했다.


몇 주 전,

그녀가 독일과 미국에서 온라인 직구로 주문했다는

무기들(?)이 속속 도착할 때만 해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발모나 탈모방지효과가 그렇게 좋다면

벌써 대박이 났다고 여기저기 뉴스에 났을 테니까.


하지만 한번 맘먹으면 꼭 해내는 그녀는

비장의 신무기도 개발했다.


우유로 다이어트용 요거트를 만들 때 나오는

단백질 부산물을 가지고 머리카락에 바르면 힘이 생기는

마법의 신약(?)을 만들었다고 했다.


먼저 테스트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이 레시피로 떼돈을 벌어보겠다는 그녀의 큰 꿈에

 또 어쩔 수 없이 실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설마 대머리야 되겠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어 다니던 유인원이 직립 보행하는 인류로 진화하듯이

휑~하던 정수리 부분에 힘없이 누워있던 머리카락들이

조금씩 어깨를 펴고 걷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국지전에서

승기가 보이기 시작하니

아내의 신무기에 믿음이 생기고

어느새 탈모와의 긴 전쟁을 벌일 용기가 솟았다.




얼른 머리를 감는다


아내의 명령에 따라

주말 아침부터 나는 잽싸게 전투 준비를 한다.

비닐모자를 뒤집어쓴 내 얼굴엔 충성의 미소가 흐른다.


여보야, 나 이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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