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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ug 23. 2022

의자왕이 된다면...

상상만으로 즐겁다

월요일 출근했더니

사무실 의자가 바뀌어 있다.


회사가 직원들 복지를 위해 목받침이 달린

최신형 컴퓨터 의자로 일제히 교체해 준 거란다.


젊은 팀원들은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는 눈치지만,

나처럼 직장생활이 오래된 과장급 이상 직원들 반응은


와! 회사가 웬일이지~
더 일하라는 건가?


뜻밖의 호의에 고마워하면서도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의심하는 걸 잊지 않는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




사실,

의자만큼 늘 같이하는 가구도 없다.


집에 가면 소파나 식탁의자에 대부분 앉아 있고

산책을 하다 가도 중간중간 벤치에서 쉰다.

버스나 전철을 타도 그렇고

카페나 식당에 가서도 그렇다.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기능적인 효용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 권위와 역할을 의미하기도 한다.


<왕좌(王座)의 게임>이나

대기업 회장을 뜻하는 'Chairman'처럼 중요한 자리도

의자에서 유래한 말이다.

내가 한때 애장 했던 이케아 흔들의자도

영화감독의 꿈이 투영된 '디렉터스 체어'라 불렀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대중이 아닌 고관대작을 위한 의자들은

편한 건 당연하고

크고 고급스럽고 비싸다.


전에 북촌 설화수 플래그십에서 만난 의자는

앉는 '가구'가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작품'이었다.


언젠가 대박 작가가 되면

글 쓰는 중간 낮잠용으로 꼭 사고 말리라 다짐했다.




'의자 뺏기' 놀이란 게 있다.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수를 두고

노래를 부르며 주위를 돌다

신호가 오면 재빨리 차지하는 게임.


한번 차지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계속 의자수를 줄여가며

최종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빨리빨리' DNA를 가진,

남과의 경쟁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만든 게임은 아닐까?


작고 평범하더라도,

세상에 모든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고

앉아서 맘 편히 쉴 수 있도록

의자가 엄청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하는

'의자왕'이라면 더~~~ 좋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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