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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ug 28. 2022

신촌에 갔다

응답이 없었다

머리를 잘라야겠다


혼자서,

전철을 타고,

이대역 근처 미용실에 왔다.


군대 가기 전 아들을 따라갔던 길에

잘랐던 머리가 너무 맘에 들어

우리 가족 단골이 된 곳이다.


30분 만에 단정한 모습으로 변신 후

다시 전철역으로 가는데

갑자기 신촌에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변했을까...




이대에 먼저 들렸다.


일요일,

햇볕이 제법 따가운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옛 기억을 떠올려 줄 가게 하나쯤은 만날 법도 한데

모두 낯선 간판들 뿐이다.


금남의 공간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캠퍼스에서

모델처럼 잘생긴 외국인 이대남들을 만났다.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신촌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임시 코로나 검사소에 가린,

지금은 관광안내센터로 바뀐 옛 역사를 겨우 발견했다.

그 옆의 커다란 빌딩은 왜 그리 어색한지...


점집들이 즐비했던 기찻길 옆은

공원으로 바뀌었지만

그라피티가 그려진 굴다리가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연대 정문이 보이는 신촌 거리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조금씩 북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만나는 외국인 모습을 보고 아~


어학당이 있었지...


신촌 전철역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생각난 이름이 있어 골목길로 들어서니 역시~

1972년 개업한 '형제갈비'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기분이랄까.


내친김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다

락카페로 핫플레이스였던 곳을 찾았더니

지금은 깔끔한 호텔로 변해 있었다.

이름이 '스페이스'였던 거 같은데...

<응답하라 1994>에서 잠시 봤던 장면이 떠오른다.


전철역 근처에 오자

반가운 장소가 나를 반긴다.


홍. 익. 문. 고.


재수까지 한 입시공부가 하도 지겨워

책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산 대학 시절이지만

오래된 이 서점이 주는 느낌은

마치 우영우에 나왔던 500살 팽나무처럼 편안하다.




<신촌에 못가>란 노래가 있다.


신촌에 못가

한 번을 못가

혹시 너와 마주칠까 봐

...

...

너를 만난 그곳은

참 행복했었다.


오십이 넘어 찾아온

그때 신촌은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가보리라

그 시절 행복한 나를 마주하고 싶어질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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