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

나의 쓸모는 뭘까

by 본드형

어제,


을지로 3가 환승역을 지나다

'메트로 팜(Metro Farm)'이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지하철 또는 대도시 농장이란 의미인데 뭘까...


안을 들여다보니 직원은 안 보이는데

각종 채소들이 밭이 아닌 실내에서 쑥쑥 자라고 있고,

그 앞에 자판기로는 이렇게 키워진 재료들로 만든

다이어트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닭가슴살과 단호박 샐러드 2개를 구매해

집으로 와 아내와 시식을 하는데,

그녀는 "개당 200 kcal도 안되네"하며 좋아라 했고

나는 "우주선에서 야채 먹는 거 같다"며 신기해했다.




오늘,


아침에 출근했더니

옆자리 S과장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단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반대쪽 옆자리에 앉은 D과장과 함께

사무실 앞 약국으로 가 자가진단 키트를 사 왔다.


그는 한 번 경험이 있다며 마치 의사처럼

익숙하게 포장을 벗기고, 코를 후비고,

시약에 담그고, 테스트기에 몇 방울 떨어뜨리더니

10여분 쯤 있다 곧바로 음성을 확인했다.


처음 해보는 나도

쉽게 따라 해 다행히 음성이 나왔고

우린 30분 정도 걸려서 모든 검사과정을 뚝딱 마치고

정상 업무로 복귀했다.


예전 같으면 병원으로 가

한참을 기다려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아야 했을 텐데...

참 편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의 농부처럼

오늘의 의사처럼

점점 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

회사 일도 이미 대부분 컴퓨터가 처리하고

스캔들 걱정 없는 가상인간 광고모델도 나오고

AI가 더 발달하면 글쓰기 같은 창작도 가능하다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려고

모든 게 기계와 기술로 대체된다면

나의 쓸모는 도대체 뭘까?


내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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