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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06. 2022

<보슬비 오는 거리>를 듣다가

아버지 생각이 났다

ㅇㅇㅇ 모친상

 

대학 동창의 부고가 떴다.


사회성 떨어지는

공대 남자들만 모인 과라서 그런지

최근에야 만들어진 공식 단체톡 화면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메시지들이 주욱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복날 청계산에 함께 올랐던

대학 절친들 톡방에 들어갔다.

 

나 :
오늘은 복장도 그렇고
태풍도 온다고 하니,
난 내일 저녁 6시쯤 장례식장에 들를까 하는데
시간 맞으면 거기서 봐
A :
오케이
B :
나도

 



퇴근해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정장에 입을 셔츠를 꺼내 왔다.

(회사 복장 규정이 캐주얼로 바뀐 후 거의 안 입었다)


유튜브로 흘러간 옛 노래를 틀고

다림질을 시작한다.


아내가 불멍을 좋아하듯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시간이다.


보슬비 오는 거리에 추억이 젖어들어

상처 난 내 사랑은 눈물뿐인데

~ 타버린 연기처럼 자취 없이 떠나버린

그 사람 마음은 돌아올 기약 없네


보슬비 오는 거리에 밤마저 잠이 들어

병 들은 내 사랑은 한숨뿐인데

~ 쌓이는 시름들이 못 견디게 괴로워서

흐르는 눈물이 속에 하염없네


저음이 매력적인 여러 옛 가수들이 부르는 걸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문득,

아버지가 떠오른다.


며칠 전 벌초하러 갔다가 본

술이 건하게 취해 웃으시던 작은아버지 모습에서

당신의 얼굴이 보여서였을까...


아니면

며느리가 구워드린 고등어를 맛있게 드시던,

갑자기 주름이 더 깊어지신 어머니가 생각 나서였을까...


내 눈치를 잘 아는 아내가

옆에서 설거지를 하며 조용히 따라 부른다.




그리움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오거나 

크처럼 서서히 번져오거나


지금처럼 창밖에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면 

아련히 보고 싶어지는 아버지는

아무래도 후자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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