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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13. 2022

공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말

사무실 근처

단골 분식집이 있다.


점심때 혼밥을 하거나

해장 라면이 기면 자주 들르는 곳인데


사람 좋으신 할머니 혼자 운영하다 보니

일손이 릴 때 빈그릇은 대부분 손님들이 직접 치운다.

 

특히, 공사현장의 일꾼들이

삼시 세끼를 다 이곳에서 해결하는 상황이라서

주인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꽤 편하게 대하는 눈치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 첫 날인 오늘,

그 분식집에 갔다.


한창 라면과 김밥을 먹는데

공사장 단골로 보이는 대머리 손님이 들어와

주인 할머니에게 인사.

대머리 손님 :
명절 잘 보내셨어요?
쉬는 동안 피부가 아주 좋아지셨네.
오늘은 너구리 하나 끓여주세요.

주인 할머니 :
좋아지긴... 몸이 더 아파
일하던 사람은 쉬면 안 돼.
근데 같이 오던 사람들은 어디 갔어?

대머리 손님 :
청량리역 아파트 공사장으로 갔어요.
장부(외상) 정리는 곧 해드릴게요.

주인 할머니  :
아 그 주상복합 말이지?
내가 친한 할머니가 거기 당첨됐는데
그 집 며느리도 같이 됐어.

대머리 손님 :
와~ 그분들 돈 많이 버셨겠는대요.
부럽다.

주인 할머니 :
우리 며느리와 그 집 며느리도 친한 사인데
우린 떨어졌는데 거긴 둘 다 되고...  
배 아파.


김밥을 주문하러 온  다른 손님 때문에

대화는 중단되었고

할머니는 김밥을 싸기 시작하셨다.


구부러허리에 작은 등이

왜 그리 힘들어 보이는지...


다 먹은 그릇을 갖다 드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한 걸까?
누구는 더블로 대박이 나는데...




살면서 확실하게 배운 것 하나는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거다.


뭔가 얻으면 잃는 게 생기고

반대로, 지금 노력이 언젠간 상받는다는 진리 말이다.


감나무 아래서 입만 벌리

운만 기다리것도 답답한 삶이지만,

어쩌다 터진 대박은 언젠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


그래서 이런 명언도 있지 않은가.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탈모와 싸우는 내겐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말이다.


할머니, 계산요~
저 공짜 주시면 절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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