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실험해 보자
주말 아침,
어제 마신 술 탓을 하며
TV를 보며 소파에서 딩굴거릴 자세를 잡는데
일찍부터 장 보러 갔던 아내가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장모님 제사를 조촐히 지내 왔는데
오늘이다.
보통은 생전 좋아하시던 단감에
음식 한두 개와 술 한잔 올려드렸는데
이번에는 육전과 생선전을 해보겠다며 부산하다.
예전에 지인이 준 인덕션을
써 보고 싶다며 창고에서 꺼내오란다.
이사 가면 설치해 쓰려고 아껴두었는데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거다.
그냥 코드만 꽂으면 된다는 말에
나는 전문가를 불러 설치해야 된다고 맞섰다.
처음 써보는 데 매뉴얼도 없고
아랫면에 이상한 전선 같은 게 튀어나와 있는 걸 보자
아내는 잠시 설득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포기를 모르는 호기심 덩어리답게 한참 만지작거리다
이내 하이라이트 기능을 알아내 불을 켰다.
아내는 요리사, 나는 보조가 되어
전 부치기를 시작했다.
고기는 찹쌀가루, 생선을 밀가루를 입히는 걸
내가 하면
아내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적당한 온도를 맞춰 지짐을 담당했다.
손이 작은 그녀답게
딱 제사에 올린 분량의 고기와 생선만 사 와
스멀스멀 풍기는 냄새만 맡으며
언감생심 집어 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먹어 봐
이건 못난이라
제사에 못 올려 주는 거야
한 입 깨무니 살살 녹는다.
또 하나의 실패한 못난이를 기다리다
입 안에 침만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