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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09. 2022

출입문이 안 닫힌다고요?

지하철에서

새옹지마


일산에 이사 와서 지하철로 통근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근할 땐

서서 가야 하지만

빠른 경의중앙선 급행이,


퇴근할 땐

구간이 더 길어도

앉을 확률이 있는 3호선이 낫다.


그런데 며칠 전,

평소와 달리 출근길에 3호선을 탔다.


그날따라 왠지 자리가 있을 것 같은 '촉'이 왔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아싸~'


탁월한 선택이라고 즐거워하며

엉덩이가 따땃한 자리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승객 여러분,

이 열차 출입문 고장으로

더 이상 운행할 수 없으니 내리셔서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젠장!'


고장 난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과

이미 대기 중이던 사람들로 꽉 찬 승강장에서

간신히 후속 열차에 올라 탄 나는


마치 시루의 콩나물처럼 꼼짝없이 끼는 신세가 됐다.




답답한 열차 안에서

나의 '쓸데없는 촉을 원망하며 서 있는데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청춘?'


청량리역과 춘천역을 잇는 옛 경춘선의 이름이란다.


그 순간,

내가 탄 것이 출근길 지옥철이 아닌

<춘천 가는 기차>란 상상을 들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촉이란 놈, 이걸 보여주고 싶었나 보네...'


팍팍한 현실 속에도
언제나 낭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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