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갈래?
봄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짱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던 아들이 툭 던진 제안에
(귀찮단 생각도 살짝 들었지만)
뭔가 흔치 않은 기회라는 느낌에 끌려 따라나섰다.
짱이 안고 우산 들고 앞장을 선 아들이
세상 오래 살아 본 어른처럼 말을 걸어온다.
아들 : 봄이네...
아빠 : 눈 대신 비가 오니까 봄 맞지.
아들 : 신기해
아빠 : 뭐가?
아들 : 겨울에 전역했는데 벌써 봄이야...
아직 꽃도 피지 않았고,
어제와 달리 다시 추워진 날씨에
비만 추적추적 내리는 동네 하천길을 같이 걸으며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긴다는 허름한 기사식당과
무서운 진돗개가 산다는 담 없는 가정집과
뻗은 나뭇가지들이 멋지다는 길가의 고목까지...
자기가 발굴한 산책 코스의 지극히 평범한 명소들을
하나씩 설명해 준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
왜 감각은 둔해지는 걸까?
언제부턴가 삶이 조금씩 지루하다 느끼던 차였는데
젊음의 눈으로 바라본 신기한 세상 얘기를 들으니
나도 어느새
가까이 온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읽었던 한 소설이 떠올랐다.
언제부턴가 그는 세상이 거울이라고 생각해 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 김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