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女와 의심男

마장호수에 가다

by 본드형
낮잠을 늘어지게도 잤다


아침 일찍부터 다녀온

마장호수 드라이브가 제법 피곤했었나 보다...


주말 날씨가 흐릴 거란 예보에

늦잠을 잘 수 있겠구나 기대했는데,


눈을 뜨자마자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을 확인하자마자


반짝이는 눈으로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늦게 가면 사람들로 치일 거라고

꼬셔대는 아내에게 넘어가 서둘러 집을 나섰었다.

며칠전, 아내는 아들과 사전답사도 다녀왔다




집에서 차로 5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거의 안보였고

아내와 난 주차장 아래로 난 산책로로 내려갔는데...


별로 기대도 없었지만

언뜻 그냥 평범한 호수처럼 보이고

물가에 몰려있던 날파리 떼들이 자꾸 달려드는 바람에

'괜히 왔나'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유명하다는 출렁다리 입구에 다 달았을

9시부터 통행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괜히 왔네'하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내도 내 눈치가 보였는지

며칠 전, 함께 왔었던 아들도 여기에서 사진 찍고

발길을 돌렸다는 얘기를 슬슬 꺼냈다.


그때였다.


저거 봐! 아카시아가 빨개~


정말 붉은 아카시아였다.

아내는 말만 들었지 처음 본다고 흥분했다.


그때부터였다.

주변에 신기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


호숫가에 늘어선 버드나무들엔

솜처럼 몽실몽실 버들강아지가 맺혀있고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꼬불꼬불 산책길 한구석 캠핑장엔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하고 커피를 끓이는

가족 단위 야영족들의 행복해 보이는 풍경도 보였다.


중간에 멈추었다면

못 봤을 세상이다...




9시가 넘어

사람들이 슬슬 많아지기 시작했다.


호수 반대쪽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는데

전혀 출렁거리지 않아 원했던 짜릿함은 일도 없었다.

(실망이다)


호기심女 아내 덕분에

의심男 남편은

이렇게 또 인생의 경험이 하나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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