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May 23. 2023

출근길

당신은 무얼 하시나요

오늘도 화이팅


전철역으로 가는 길,

붉은 장미가 핀 터널을 지나며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가 소심하게 외쳤던

그 주문을 나 스스로에게 걸기 시작한다.


뭐든 흔해지면 시큰둥해지는 건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오월의 날씨가

오늘은 그리 경이롭진 않다.


그래도

열차를 기다릴 때 플랫폼을 비추는

아침 햇살의 눈부심은 여전히 소소한 행복을 준다.




 감고 졸거나

스마트폰 보거나...

출근길 익숙한 전철 안 사람들 모습이다.


나는 창밖으로 지나치는 아침 풍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드니 전철 노선도가 눈에 들어왔다.


"광역전철노선도"라는 제목 하에


1호선부터 9호선까지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고속철도, 새마을/무궁화호...

환승역, 정차역...


아무리 색깔로 구분하고 글자 간격을 띄웠어도

가려는 곳을 눈으로 찾기 어려운

거미줄처럼 복잡한 지도를 한창 보고 있자니


노선 하나가

내가 살아온 날들의 구간이라면

저 정차역 하나하나가

그 시기에 만났던 사람들이겠지...


저렇게 많아 보여도

지금 이용하는 노선과 역들은 몇 개 안 되듯이

살면서 스치고 지난 인연들이 정말 많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까

살아있기는 할까

서로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을까...




남은 인생에

 새로운 노선과 정차역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가끔은 환승역에서 내려

스쳤던 시절 인연들을 한 번은 다시 마주하고 싶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기획이라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