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엊그제 한인마트에서 사 온 한라산 소주가
반쯤 얼어있다.
창가에 앉아서
날이 서서히 밝아오는 것을 보며
혼술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그리고 여긴
파리니까...
아들 녀석 코 고는 소리가
평화롭게 들린다.
내게 이번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래전 친구의 조언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단둘이 겨울 한라산 등반을 갔는데
너무 좋았다고
몸이 허락할 때
살아 계실 때
너도 꼭 한번 가보라고
하지만
서먹한 부자 사이에 이 핑계 저 핑계 미루다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뜨셨다.
후회가 남았다.
그런 후회를 내 자식에겐 주지 말자고
내가 힘이 있을 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아니, 좀 부담되더라도
우리 사이가 덜 서먹한 지금
떠나자고 했다.
열흘 중 벌써 3일이 지났다.
오늘은 또 어떤
추억을 녀석과 만들어볼까.
늘 어리고 철없는 애인 줄 알았는데...
같이 여행 와 보니
믿고 맡겨 보니
꽤 괜찮은 어른으로 잘 크고 있었다.
짜식~
아빠를 너무 닮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