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손길
일주일 남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머리를 잘랐다.
매번 반삭에 가까운 짧은 스타일만 고집하다
이번엔 좀 느긋하게 길러볼까 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삐져나오는 뒷머리가
영 지저분해 보였던 참이었다.
5년 단골인 미용실 실장님은
숱이 없고 힘도 없는 내 머리를 귀신같이 다듬어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다.
거울에 비친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못 보고
남은 잘 보는
헤어스타일의 사각지대이기도 하고
무심코 그냥 믿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기도 하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그래서 혼자 여러 명을 상대로 싸울 때
뒤에 적을 두지 않는 게 정석 아니던가.
<푸른 눈의 사무라이> 中다행히,
무작정 믿는 성격도 아니고
적을 만들지도 않는 나라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크게 뒤통수 맞은 적은 없었다.
반려견이
주인에게 엉덩이 붙이고 있는 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뒤를 맡기는 거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 살면서
한 명쯤은 내 악점을 허(許)할 누군가를
꼭 만들라는 의미이리라.
그게 가족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우리 집 짱이도
올해 가기 전 삐죽 나온 털을 좀 다듬어야 하는데...
13년 차 전담 미용사인 아내에게
매번 이상한 스타일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녀석이
째려본다.
(나도 전문가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