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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27. 2023

뒤통수

전문가의 손길


일주일 남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 머리를 잘랐.


매번 반삭에 가까운 짧은 스타일만 고집하다

이번엔 좀 느긋하게 길러볼까 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삐져나오는 머리가

영 지저분해 보였던 참이다.


5년 단골 미용실 실장님

숱이 없고 힘도 없는 내 머리를 귀신같이 다듬어

깔끔하게 정리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다.




거울에 비친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못 보고

남은 잘 보는

헤어스타일의 사각지대이기도 하고


무심코 그냥 믿고 있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기도 하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그래서 혼자 여러 명을 상대로 싸울 때

뒤에 적을 두지 않는 게 정석 아니던가.

<푸른 눈의 사무라이> 中

다행히,

무작정 믿는 성격도 아니고

적을 만들지도 않는 나라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크게 뒤통수 맞은 적은 없었다.


반려견

주인에게 엉덩이 붙이고 있는 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뒤를 맡기는 거얘기 들은 적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이 세상 살면서

한 명쯤은 내 악점을 허(許)할 누군가

꼭 만들라는 의미이리라.


그게 가족이 필요한 이유 아닐까.




우리 집 짱이도

올해 가기 전 삐죽 나온 털을 좀 다듬어야 하는데...


13년 차 전담 미용사인 아내에게

매번 이상한 스타일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녀석이

째려본다.


(나도 전문가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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