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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05. 2024

낭독의 즐거움

말도 늙는대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나이가 들면,

 말도 늙어서 


두서없는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장황하게 펼치다 대충 얼버무리기 쉽.


(내가 요즘 딱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낭독을 해봐


그날부터 아내와 난

책 하나를 골라 매일 아침 10분

소리 내 읽고 녹음하는 낭독 프로젝트를 시작

벌써 한 달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초등학교 국어시간 읽기처럼 느껴져

무척 쑥스럽기도 했지만


자꾸 하다 보니

혼자 눈으로만 보던 좋은 글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재미가 솔솔 하고

낯설던 목소리 점점 숙해져

이젠 라디오 DJ 멘트처럼 자연스럽게 다.


게다가 아내가 주는 피드백으로

글을 말로 전하는 요령도 조금씩 생기는 듯하다.


긴 문장을 적절하게 끊어 읽고

받침 많은 단어는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하고

여러 사람의 대화는 각자 톤을 달리해 구분하고

감탄사는 최대한 감정을 실어서 등등


낭독의 가장 좋은 점은

책의 내용이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 거다.


최근  김훈의 <허송세월>

얼마 전까지 내가 살았던

일산 호수공원 저녁 산책하는 부분 나온다.

깊이 내려앉은 해가
빛과 색을 모두 거두어들이고

젊은 어머니들이
노는 아이들을 핸드폰으로 불러들이면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또 하루가 노을 속으로 사위어 간다.


내가 작가가 되어

혼자 보기 아까운 그림 같은 그 풍경을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해 주는 느낌이다.


낭독은

독서의 새로운 즐거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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