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국모다
미용실에 간 아내에게서 톡이 왔다
머리 전체에 치렁치렁 롤을 말고 있는 사진과 함께
"민비 같지?" 하길래
("라면 같아" 하려다)
"파마 이쁘게 하고 와" 답하며 하트를 날렸다.
점심때가 다 되서인지 라면이 당긴다.
인스턴트 줄이자는 아내 눈치 보느라
먹은 지 꽤 된 거 같은데
이참에 '삼계탕'(계란 푼 삼양라면) 끓여
파김치에 후루룩 해야겠다는 상상만으로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들이 생각났다.
1. 만들 때 한 봉지에 많이 담고 덜 부서지라고
2. 끓일 때 빨리 익고 스프 맛 잘 배라고
3. 먹을 때 젓가락으로 집기 편하라고
그런데 어떻게 꼬불꼬불하게 만들지?
찾아보니
반죽이 면발로 바뀌는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속도는 빠르게,
나오는 속도는 느리게 차이를 두어
면이 밀리면서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참 과학적이면서도
인생 사는 모습과 닮았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으나
만만치 않은 경쟁의 벽에 이리저리 부딪히다가
어느새 꼬불꼬불해져 버린
그 꼿꼿했던 우리네 자존심 말이다.
나이 들어보니 알겠다.
꼬불꼬불해진 자존심 덕분에 (라면처럼)
1. 남들 말에 상처 덜 받고 (덜 부서지고)
2. 인간미 풍기고 (스프 맛 잘 배고)
3. 어울리기 쉽다는 걸 (집기 편하고)
라면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소울푸드가 된 이유이지 않을까...
여름맞이
아재들만 아는 썰렁 개그 하나가 떠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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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육지라면
평생 파마 한번 안 하시고 비녀 꽂고 사셨던
할머니 애창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