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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un 01. 2021

고래사냥

고뇌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송창식의 <고래사냥>은 대표적인 청춘의 노래다.

지금은 스포츠 경기 응원가로 더 유명하지만, 80년대 끝자락에 대학 생활을 한 내겐 들을 때마다 여전히 그 시절 뜨거움이 꿈틀대곤 한다.

 

알려진 것처럼 이 곡은 한 때 금지곡이었다. 이유는 '염세주의'를 부추긴다는 것. 말도 안 되었지만 당시 독재와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신세대에겐 오히려 대표곡이 되었다.


염세주의(Pessimism)란게

현재 자신이 사는 세계나 인생을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어둡게 본다는 점에서,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이들에겐 좋은 건 분명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막연한 낙천주의적 희망고문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은 이 시대 청년들에게 차갑지만 진짜 위로가 될 것 같다.


그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지 않고는
진리의 골짜기에서 길을 찾지 못한다.


그대의 마음이 추악한 이기심에 병들어 절망을 토해내지 않는 한,

그대의 영혼은 빛을 알지 못한다.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 기쁨을 찾지 못한 청춘은 인생의 지혜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삶이라는 바다 위를 언제까지나 외로이 떠돌게 될 것이다.


고뇌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젊은 계절, 여름이 시작되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동물.

그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으러

자~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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