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냐, 혁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본드형
# 혁신(革新, Innovation) :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 혁명(革命, Revolution) :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혁신과 혁명


사전을 보면 두 단어가 언뜻 비슷하게 쓰이는 말 같지만 내 해석은 좀 다르다. 둘 다 뭔가를 바꾼다는 의미긴 한데


혁신이

개인이나 조직의 옛 관행이나 기술 등 특정 분야에서 '완전'한 수준의 불가역 한 변화를 만들어 새로운 부가가치적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거라면,


혁명은

국가나 사회 등 보다 넓은 범위에 걸쳐 강제적 수단으로 '급격'한 속도의 변화를 일으켜 기존의 정치적, 이념적 헤게모니를 퇴출시킨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나 민중을 외치던 학생도, 정치나 사회에 불만이 큰 시민도 아니었지만 나도 한때 혁명가를 꿈꾼 적이 있었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나서였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다고 믿던 청춘이었기에,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었던 먼 나라 한 혁명가의 삶이 당시 내겐 그야말로 낭만적으로 보일 수밖에.


하지만 세월을 어쩌랴.

취업을 해 든든한 직장이 생기고, 결혼을 해 안정된 가족이 생기면서 가진 것과 지킬 게 많아진 그 꿈꾸는 혁명가는 세상을 뒤엎어 버리겠다던 당찬 혈기와 포부를 잃어버리고 평범한 중년으로 늙어 갔다.


한편,

회사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바꾸는 컨설턴트로서 경력을 토대로 글로벌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흐름을 배우겠다며 늦은 유학길에 올랐던 나는 럭셔리 마케터로 전직한 뒤 다양한 신사업과 IT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혁신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조기 은퇴해 작가로서 삶을 준비하는 지금, 고민이 생겼다.

30년 간 대기업 직장인으로 살며 굳어진 수동적 생활 습관들을 바꾸기 참 어렵다는 거다.

매일 출퇴근하던 루틴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주어진 엄청난 자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늦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가고... 지난 3개월은 충분히 즐겼건만, 이제 슬슬 책상에 앉아 계획을 세워 브런치 연재글을 써보려 하니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꾸준한 글쓰기 연습이 필요한 작가 지망생임에도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내가 싫어 브런치 작가명을 '부지런한 적당주의자'로 잠시 변경하는 객기도 부려봤지만, 소재나 영감이 떠올랐을 때 끄적여 저장한 수많은 임시글들을 보며 '써야지' 걱정만 하다가 마음을 들지 않는다며 모두 삭제하기를 무한 반복하는 중이다.


아, 어쩌란 말이냐...




한 정치인 뉴스가 남 얘기 같지 않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5491929?sid=100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로 성공 후 '새정치'를 외치며 한국 정치판에 뛰어들어 정당까지 만들었으나, 서울시장과 대통령 선거의 결정적 순간마다 상대 후보에게 양보만 거듭해 온 '꿈만 꾸는' 혁명가였던 그가 이번엔 정말 현실 정치의 혁신가가 제대로 되어 보겠다는 선언인 건지.


14년 간 지켜보며 같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로서 응원과 실망을 반복해 온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혁명이냐, 혁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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