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재활용될 수 있을까
그건 재활용 안 돼요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조개껍질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려는데
옆에서 박스를 정리하던 경비원 아저씨가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많이들 오해하는데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따로 버려야 해요.
사람이 못 먹는 건 동물도 못 먹습니다."
순간,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지 꽤 오래됐는데
여태 이런 상식적인 걸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쓸모를 다한 쓰레기도
누군가에겐, 어딘가에선 그 유효 기간이 아직 남아
재활용되는데
사람도 그럴 수 있을까...
'쓸모의 여왕'인 아내 덕분에
우리 집은 쉽게 버려지는 물건이 거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쓸모를 찾아내 재활용을 거친다.
다 마신 위스키병은 화장실 꽃병으로 바뀌고
즙을 짜낸 레몬껍질은 냉장고 탈취제로 쓰인다.
한번 쓴 마스크팩은 테이블 위에 먼지라도
한번 닦고 나서야 버린다.
뭘 살 때도 마찬가지다.
옷 한 벌을 골라도 집에 있는 옷들과 매치를 따지고
장을 볼 때도 냉장고의 재고 소진이 가능한 요리의
식재료부터 찾는다.
음식물 쓰레기 되는 것을 싫어해 식당에서도
웬만하면 반찬 더 달라는 소릴 안 한다.
하지만, 이런 우리 집조차 한 주만 지나도
부엌의 분리수거함에는 쓰레기가 가득 쌓인다.
맥주캔과 소주병,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용기,
택배 상자에 종이 포장지 등 재활용 쓰레기부터
그냥 매립해야 하는 각종 일반 쓰레기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다.
얼마 전 본 영화 <너를 줍다>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봉투 안의 내용물로
그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여자가 나온다.
쓰레기에는 일종의 빅데이터처럼
평소 좋아하는 물건이나 식성, 가족 구성과 같은
개인의 일상을 알려주는 흔적이 담겼을 뿐 아니라
죽은 물고기를 종이에 싸고 예쁜 상자에 넣어
정성스레 예를 갖춘다거나,
쓰고 난 티백은 물기를 바짝 말려
여러 개를 한꺼번에 모아 말끔하게 버리는 등의
사람의 품격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버려진 쓰레기에는 주인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나의 사생활과 인품이 그대로 노출된다고 생각하니
오싹해지기도 했다.
사랑에 상처받은 여자와
그 옆집 남자의 잔잔한 러브스토리였지만
재활용 쓰레기란
잘 분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택배 상자에 붙은 주소 스티커 하나라도
깔끔히 제거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호더'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쓰레기를 못 버리는 저장 강박증 환자들인데
그 수가 급속히 늘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한다.
그들은 왜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집에서 살까?
한 때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
퇴직을 하고서 그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것 같다.
누군가에겐 버려졌지만,
여전히 그 나름의 쓸모가 남아 있어
언젠간 재활용될 자기 자신이라 믿는 건 아닐는지.
나도 재활용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