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도출 워크샵의 의의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조사하고 그 자료들을 수치화해서 분석해보면 기업의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기업에게 필요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데 굳이 사람들을 불러서 워크샵까지 열어야 하냐고. 사람들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이상으로 새롭겠냐고. 실제로도 많은 기업 고객들이 나에게 워크샵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곤 했었다. 10년 넘게 50여번의 워크샵과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질문에 대해 몸소 느낀 바를 이번 기회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먼저 아이디어는 도출해내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실행하는 데 그 가치가 있다. 매번 워크샵을 마무리하면서 참여자들에게 했던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소중한 시간을 들여 함께 집중적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한 것은 뭔가를 배우거나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실행하기 위해서이므로 한 개의 아이디어라도 구현되어야 우리가 투입한 시간에 실질적인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였는데, 워크샵만큼 아이디어의 구현을 담보할 만한 방법도 없다. 컨설팅 프로젝트를 의뢰해 기업 외부의 컨설턴트들이 자료를 분석해 결론을 내려주는 경우, 대부분 실행 단계에서 기업 내부의 반발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직접 도출한' 아이디어에 애착을 갖는데, 이 애착을 쌓는 과정을 거쳐야 아이디어 도출 과정보다 훨씬 더 험난한 실행 과정에 동기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디어 도출 워크샵, 또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중간 단계마다 최종 의사 결정권자, 혹은 직접 실행해야 하는 책임자를 꼭 참여시킨다. 그렇게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실제 실행까지 완료할 가능성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도출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책임자는 최종 실행 아이디어를 놓고 애정보다는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왜 이 아이디어를 실행해야 하는지 사전에 동의하지 못한 상태라 그렇다. 결국 실행 아이디어로 최종 선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되지 못 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워크샵 혹은 아이디어 선택 단계에 참여한 책임자는 아이디어가 도출된 과정과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결국 성공적으로 실행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부의 컨설턴트들이 도출해낸 결론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직접' 도출한 아이디어들은 그만큼 실행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디어 실행에 대한 동기 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 역시 자신의 일을 외부 고객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일에 대해 동기를 부여 받고, 혼자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다른 직원들이나 고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간 느꼈던 업무적 답답함을 해소하기도 한다. 외부 전문가들이나 고객들 역시 특별한 자리와 시간을 마련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려는 기업의 의지를 외부에 홍보함으로써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도 한다.
주제와 관련된 내부 직원들, 외부 전문가들, 고객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상태에서 도출 가능한 모든 영감과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기업 내외부에 필요한 요소들이 압축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 워크샵 개최의 큰 장점이다. 모두의 머릿속에 모호하게 존재하지만 구체화할 수 없었던 각종 니즈들이 지금 당장 실행해도 좋을 아이디어로 가시화된다. 그 어떤 FGI, 고객설문조사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내부 실행자와 외부 고객들이 함께 만들어내기 때문에 너무 진부하지도 실행 불가능하지도 않은, 적당히 신선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수준의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것이다.
동시에 데이터 분석으로는 도출될 수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사람들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아이디어는 '이전에는 전혀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예전에 한 번 실행했을지라도 언제,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고객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도, 새로운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워크샵에서 매번 언급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획득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순간에 대해 혹자는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워크샵에서는 자신의 다양한 영감들을 배경이 다채로운 다른 참여자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을 더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 순간들이 누적되어 아이디어에 신선함이 가미되고, 실행 가능한 수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수확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효과적이고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워크샵 전 단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는데, 다음 글에는서 이 룰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