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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Aug 09. 2024

인생맛 굴비정식 #10

창업자의 일과 삶, 워라밸에 대해서.

창업자에게 일과 삶, 워라밸에 대해서

저희 집 아파트 상가의 치킨집 세 곳을 빌어 이야기드립니다.


제기 살고 있는 아파트 상가에는 치킨집이 세 곳 있습니다.

광고도 많이 나오고 하는 유명한 비땡땡 치킨

과거 한 때 유명했던 페리땡땡 치킨

지금은 많이 유명하진 않지만 라떼들은 알고는 있는 처땡땡 양념통닭.


이렇게 세 곳은 본사의 규모나 시장 상황만 보면 가장 잘 돼야 하는 곳은 비땡땡이 누가보나 동네의 1등 감입니다.


현재 한 곳은 폐점하여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배달 앱에서 치킨 튀김옷이 어찌했느니 닭다리가 하나 덜 왔느니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권리금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한 곳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두 분의 사장님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 곳은 장사가 잘돼서 근방에 한 군데의 지점을 더 오픈을 했습니다.


비땡땡 매장은 아버지가 하시던 치킨집을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소위 말하는 워라밸은 최고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억 단위의 큰돈이 투자된 점포인데 잘만 하면 돈을 벌겠구나…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나머지 한 곳인 페리땡땡은 직장선후배가 의기 투합하여 치킨집을 차렸고, 낮에는 직장에 저녁에는 점포에 나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와 사람들이 말하는 N잡러구나,,, 젊은 사장님들이 대단하네…


세 번째 치킨집은 정년퇴직을 하신듯한 저보다도 예닐곱은 많아 보이시는 사장님이 가장 늦게 점포를 내셨습니다.



나머지 두 곳은 주로 배달이 많은 저녁시간에 맞추어 오픈을 하는데, 이곳 사장님은 아침 10시면 출근합니다.  밤 12시가 족히 돼야 퇴근하시고 댁에 가셔서 주무시고 바로 치킨집으로 나오시는 사장님을 뵈면서, 저분에게는 자기 삶은 없고 오로지 치킨집이 삶이시구나…라는 생각에  하루는 궁금해서 사장님께 여쭤 봤습니다.


“사장님 왜 이리 일찍 나오시는 거예요”

“ 배달된 닭도 받아야 하고, 받은 닭도 손질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세 곳의 치킨집 중 유일하게 본사에서 받은 닭을 한번 더 점검하고 손질하여 튀김옷을 입히기 전 재료를 최선으로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매일 주방과 매장을 청소하여 그 시간 즈음에 보이는 오픈 주방은 사장님이 청소하시는 모습이 언제나입니다.


결국

이곳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미 맛있는 치킨이라고 소문이 나버렸습니다.

신선한 닭손질과 기름관리가 그 제일 첫 번째이고, 이는 성실한, 시간 투자를 많이 한 사장님의 사업 방침과 실행력에서  온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요식업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는 치킨집 분야에서, 입지 조건도 좋지 않은 도심의 외곽에 차린 점포는 그 시작이 약점으로 출발했지만 이곳은 특유의 근면과 실행력으로 아파트 상가에서 매출 1위를 하는 곳으로 성장했습니다. 거기에 2호 점을 오픈해서 선순환 구조로 성장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사람들이 워라밸이라고 하는 일과 삶의 관계가,  창업자에게는 과연 어떨까요?


저는 감히 창업자는 일이 우선이고 삶은 두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되지 않으면 삶은 끝이 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처럼 연봉을 디그레이드 하여 돌아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가게에 나가지 않더라도 가게가 오토로 돌아가고, 여러 군데의 가게가 돌아가서 어느 한쪽이 쫌 어려워도 전체를 흔들지 않는다면 그때 마음껏 삶의 레벨을 가져가셔도 늦지 않습니다.


제가 자동차 애프터마켓 프랜차이즈를 하면서 30개의 지점을 오픈해 봤고, 그중에 정말 잘되는 점포를  뽑아 이유를 찾아본다면, 본사의 시스템이 좋아서도 아니고, 입지조건이 좋아서도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장님의 열정과 근면이 첫 번째였습니다.

당시 저희는 신규점포의 경우 오픈을 하고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간은 마이너스 운영이 필연적인 공식이었습니다. 그때를 버티고 이겨내면 1년 안에 손해는 나지 않는 매장이 됩니다. 거기에 한해를 더하면 점포 사장님은 제법 돈을 버시며 선순환 구조로 변모합니다.


당시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블로그도 하셔야 하고, 광고비도  쓰셔야 하고, 동호회 나가서 활동도 하시고, 주변 자동차 판매점과 교류도 해야 해서, 그리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결과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감내가 어려워 보인다면 지금 포기하시는 게 낫습니다. 안 하시면 중간은 됩니다. ”


프랜차이즈 가맹을 하면 인고의 시간이 없이 바로 잘 될 거 같지만 거기에 속으면 큰일 납니다.


끝으로,

일과 삶? 워라벨? 망해서 권리금도 없이 쫓겨 나가야 하는데 일은 어디 있고 삶는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워라밸을 지키고 싶으시다면, 창업보다는 샐러리맨을 추천드립니다.


 우리가 말하는 ‘워라밸’은 직장인이 만든 키워드일까요? 대기업이 만든 키워드일까요? 잘 생각해 보실 문제입니다.


좋은 직장에서 워라밸을 즐기는 사이 기업은

그것을 레버리지 삼아 천문학 적인 돈을 쌓아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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