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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Aug 22. 2024

인생맛 굴비(屈飛) 정식 #13

 - 창업자의 투자자, 투자받는 일

창업을 하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회사의 운영자금, 그것이 물품구매 대금이던, 시스템 개발비던 간에 항상 사업자금의 목마름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사장(대표)의 첫 번째 덕목은 ‘돈 끌어오는 일’이고 이것이 사장의 최우선 능력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저 역시 20여 년 전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에서 준비했던 사업자금으로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가 어려워 외부에서 투자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돈과 주변 지인의 돈을 모아 당시 꽤 큰돈을 투자하면서 회사의 지분(주식)을 상당히 요구했습니다. 지금의 시절로 이야기하면 엔젤투자자 정도로 봐야 할 것입니다.


당시 제가 하던 사업은 네이버나 다음에 온라인 광고를 하여 대출을 중개해 주는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연결시키는 일이었으며, 앱이나 이런 것이 없는 시절이었고 대충 정리하면 이런 일이었습니다.


네이버 & 다음 메인 광고  >

자사 홈페이지 유입 >

대출 상담 신청 >

해당 지역 지사로 고객정보 전송 >

지사에서는 실시간으로 전송받은 고객에게 1차 전화 상담 >

상담 고객 지사 내방 >

대출 상품 소개 및 직간접대출 서비스.


당시에는 투자자분들에게 설득이 되어 저는 외부 투자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정보가 홍수같이 쏟아지고 개개인의 손에 연결된 AI 가 있는 시절이지만 그때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벼룩시장’ 정보지를 찾아봐야 하는 시절이어서 금융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이 상당하던 것을 해소하는 일로 돈을 벌었습니다.


금융기관은 제대로 고객을 못 찾고 고객은

금융기관을 몰랐습니다. 같은 신용 점수로 어디는 대출이 되고 어디는 대출이 안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호랭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입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지분(주식)과 투자자에서 파견한 관리직을 한 명을 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대로만 하면 순조롭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파견된 관리직에 계시던 분과의 트러블이 생기고, 많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의 경영관여가 생겼습니다.


물론 순전히 투자자와의 문제로 인해 무너졌다고 보기엔 큰 무리이지만, 지금 기억해 보면 당시에는 여러 어려움 중에 손에 꼽히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한 선택이 제 발목을 잡는 형국으로 당시의 사업이 망가지면서 결국엔 제20년의 신용불량자 삶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창업자에게 좋은 투자자도 있겠지만 잘못받은 투자로 인해 오히려 그간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거꾸로 내리막을 탈 수도 있습니다.


제 주변 선배의 최근 실화를 한 번 더 이야기드려 보겠습니다.


약 10여 년 넘는 기간 동안 TV 홈쇼핑 협력사를 운영하신 친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패션 브랜드 여러 개를 운영하고 계셨으며 연매출은 지난해 약 400억 원을 달성하며, 미래가치가 큰 기업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TV 홈쇼핑사와 협력사 계약이  되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회사의 밸류는 상당히 높다고 말씀드릴만 합니다.


몇 해 전부터 패션 사업에 관심이 큰 모 중견기업의 VC로부터 투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제품 부품으로 오랜 역사가 있는 기업이며, 저축은행, VC를 직접 보유한 꽤 큰 회사로부터 그룹승계를 받는 분의 전공을 고려하여 패션사업 론칭 및 우회상장을 목표하였고, 투자받은 자금을 활용하여  매출 볼륨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스토리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어쩐 일인지 올해 투자사에서 경영권을 쥐자마자 추진하던 패션사업 론칭 기조를 아예 바꾸게 되면서 선배를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바뀐 신임 대표이사는 회사운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회사의 방침만을 이어받아 회사의 사업 기조를 통째로 바꾸고 잘 운영해 오던 TV 홈쇼핑 사업을 중단해 버렸습니다.


과정에서 운영재고는 패션 아이템에, 시즌 상품이라 악성재고로 변해 버렸고,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과정에서 운영하던 신용장(LC) 만기가 도래하면서 당시 대표이사로 보증인으로 입보 한 원인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추심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스토리라 자칫 정보 노출이

될까 하여 투자사의 정보는 각색을 했습니다만, 도대체 창업자에게 투자받는 일이나

투자자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저는 스스로 투자자도 되어 봤고, 투자받은 사람이 되기도 해 봤지만 일이라는 게 항상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이상한 변수가 나타나 사업을 흔듭니다.


해서 주변에 큰 사업이자 안정적인 성장을 한

기업의  대표님들을 보자면 정말 존경의 눈빛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뼈를 깎고 도끼를 갈아 침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업은 창업자 혼자 하는 것 같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고 온 우주가  한마음으로 열망해 줘야 일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은 창업지원 제도라든지, 엔젤, VC 가 정말 많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좋은 투자자, 투자사를 만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나를 살펴주는 멘토를 만나서 투자 전에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일을 꼭 생각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겸손은 아무리 많이 해도 미덕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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