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 - 3

Ep5

by 유월

"야, 너 지금...!"

준보단 내가 빨랐다. 준의 주머니 속에 손을 뻗어 담배를 챙긴 나는 준을 뒤로 밀쳐냈다.

"나도 답답해. 너랑 대화를 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일이 힘들어서, 휴게를 주니까' 라는 이유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는 준의 말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주머니 속엔 캡틴이 준 못 다 먹은 사탕이 있었고, 손엔 준에게 가져온 담배가 있었다.
세상은 쓰다, 고작 사탕 따위론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 답답함에 담배 한 개비를 손에 쥔 나는, 곧이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너 지금 뭐 해! 하지 마!"
"왜 나는 안 돼? 힘들다며, 나도 지금 너무 힘들어."
"제발, 그러지 마. 제발..."

준은 내 입에 문 담배를 낚아채려 애썼다. 가장 속이 상한 건 나인데, 상처받은 건 자신인 것처럼 표정이 구겨진다. 준은 그동안 몇 개의 담배를 피우며 나를 기만했는지. 나는 고작 그 많은 담배 중 한 개비의 담배를 쥐었을 뿐이다.

"속상해? 너는 지금 화가 나?"

충동적인 판단, 나는 생각하는 대로 말을 내뱉는다. 입에 문 담배를 땅에 던져버리고, 담배는 바닥에 나뒹군다. 준은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보고 이내 연신 한숨을 내쉬기 바쁘다. 내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 결국 준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는 그런 생각.

"나는 너무 답답해. 내가 담배 피우는 건 안돼? 왜, 나는 왜 안 돼? 네가 그렇게 당당하면 나라고 안 될 건 뭐야."

가슴을 팍팍 내려친다.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울컥하는 마음이 가득 찬다. 불조차 못 붙인 담배 따위로 준이 상처받는 것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난 적어도, 너 안 속였어. 너 앞에서 겨우 물고! 불조차 못 붙였어. 난 너처럼 몰래 속이려든 것도 아니잖아."
"미안해."

언성이 다시금 높아진다. 준은 놀랍도록 차분해진다. 나는 화가 가득 차 터질 것만 같은데, 준은 속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 나는 혼자 열을 내고 있고. 찬 공기는 우리 사이를 더 식힐 뿐이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하잔 말은 제발 하지 마..."

준은 설움을 터트린다. 나 역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내 앞엔 울 것 같은 준이 있고, 바닥에 나뒹구는 담배 한 개비. 준에겐 담배향이 진동을 하고. 내 주머니 속 사탕은 달그락 손에 걸린다. 어쩔 줄 몰라 그저 아무 말 없이 주저앉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 정적 사이로 내 주머니 속 핸드폰은 진동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 고요함 틈을 깨고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러낸다.

"이도훈, 캡틴..."

공기는 삽시간에 전환된다. 어쩌면 빠르게, 어쩌면 음습하게.

"뭐라고?"
"캡틴한테 걸려온 전화......"
"도훈이 형이 전화했다고? 갑자기 왜."

준은 내가 모르는 표정을 지어낸다. 무언가 분한 듯, 답답해 보이기도 했고. 짜증을 내는 것도 같았다.

"나도 이유는 모르...!"
"받아봐, 무슨 전화인지."

전화 수락 버튼에 손을 올린다. 딱 두 번이 울리면 전화를 받아야겠다 생각한 나였다.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진동은 멈추지 않는다. 고민 끝, 전화가 끊어지고. 준은 내게 다가와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왜 안 받아? 나한테 숨기는 게 있어?"
"그게 지금 네가 할 소리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도대체."
"그럼 왜, 안 받는...!"

지잉- 다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준은 어서 받으라며 재촉하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 공기는 모든 게 나의 잘못이라 말하는 것만 같았다.

"받아봐, 전화."

준의 담담한 어조에 나는 전화를 수락한다. 괜스레 침이 꼴깍 삼켜진다.

"여보세요? 캡틴?"

큼큼 목 가다듬는 소리, 여유 있는 목소리. 캡틴은 내 앞에 선 준과 달리 여유가 넘친다. 이 자리에서 차분함을 잃은 건 순전히 나뿐이다.

-잘 쉬고 있어요? 오늘 출근 안 하는 날이라면서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저는...

준이 다가와 내 휴대폰을 낚아챈다. 놀라 준을 바라보니, 준은 놀랍도록 차분하다.

"형, 저예요. 무슨 일이세요."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