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 - 4

Ep5

by 유월

"저한테 이야기하세요."

빼앗긴 핸드폰, 나는 멍하니 준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준은 복잡한 표정과 달리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이내 머리를 긁적이고 핸드폰을 건넸다.

"내가 받을 거면 스피커로 하래."

분해보이는 표정, 조금 떨리는 손. 자존심이 상한 듯 보이는 준은 이내 스피커로 바꾸어 폰을 내게 건넸다.

"네, 캡틴. 스피커로 바꿨어요. 말씀하셔도 돼요."
-당황스럽긴 하네요. 준한테 전달하려던 게 아니라.
"죄송해요, 같이 있어서..."
-사과받아야 한다면 그건 준한테 받아야 할 텐데.
"아 형, 죄송해요."

수화기 너머 정적. 나는 수화기 너머로 캡틴의 표정을 그려보았다. 그날 옥상에서 본 표정처럼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걸 무전기라고 생각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네, 형. 제가 실수했..."
-지금은 형 아니고 캡틴.

딱딱 끊기는 음성들에 준은 얼굴이 빨개진다. 캡틴이 저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으로 준과 수화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준한테 할 말은 이만하면 됐고. 그냥 혼자 전화받을래요?
"네 캡틴. 받을게요 잠시만요."

스피커를 끄고 귀에 폰을 가져다 댄다. 준은 멍하니 전화기를 바라보다 땅으로 시선을 옮긴다. 준은 꼭 패배한 사람처럼 축 처져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전화기 너머 캡틴의 목소리는 묘하게 힘이 넘친다. 늘 그렇듯 여유 넘치는 모습.

- 전달 사항이 있어서요. 다음 주엔 웨딩이 별로 없는데 뷔페로 내려와 일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제가요?"
- 웨딩홀 출근해도 그것만 하면... 두 시간 남짓일 거예요. 출근하는데 거리가 꽤 된다고 했죠? 출근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이 기회에 뷔페에서도 일해보면 나쁘지 않을 거예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가 도와줄게요. 동생이잖아요?
"그러면 좀 괜찮긴 하네요."

캡틴의 목소리가 점차 부드럽게, 장난기 가득하게 바뀐다. 나도 조금 미소를 지어 보인다. 대충 알겠다는 대답과, 웃음꽃 핀 분위기로 통화를 마무리한다.

"네, 그러면 다음 주에 봬요."
-네 몸조심하고요.

통화를 마치고 폰을 다시금 주머니에 넣자 준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언제부터 그렇게 형이랑 친했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전에 겨우 인사한 사이 아니었나? 전에 문자를 보내질 않나."
"그건 캡틴이라 그러..."
"나한테 말해도 되잖아."
"너한테 말하면 두 번을 거쳐야 하니까."

준은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비열한 듯 웃었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표정이었다.

"도훈이 형 여자한테만 그래. 여미새라고."
"뭐?"
"네가 내 여자 친구인 거 아는데도 왜 그러는지."

준이 머리를 쓸어 넘긴다. 깊은 한숨, 혼자 내뱉는 혼잣말.

"여미새 주제에..."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