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 - 2

Ep5

by 유월

'생각할수록 화가 나.'

어제저녁 준은, 내일 퇴근 후 집 앞으로 오겠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내일은 4시 퇴근이니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는 덧붙임까지.

한숨을 푹 쉬고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은 흘러 약속시간이 되었다.

준은 창백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숨은 조금 가빠보였다. 평소면 마음이 쓰였겠지만, 오늘은 준에게 담배향기가 나겠지 하는 생각에 인상을 썼고. 준은 내 눈치를 보더니 내 팔목을 덥석 잡아냈다.

"그러니까, 그게... 내가..."

나는 준의 팔을 밀친 뒤, 손목의 통증에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짐을 느꼈다. 횡설수설하는 준은 두고 나는 그저 대치하고 있을 뿐이고. 준역시 제대로 말을 해내지 못했다.

"미안해, 어쩌다 보니까..."
"왜, 도대체 왜 그랬어?"
"그게, 사회생활이라는 게..."
"담배 피우면서 업무를 배운다는 말을 하는 거야?"

준은 우물쭈물 망설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너도 알겠지만, 일이 힘들어. 그래서 핀 거였어."
"뭐라고?"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진짜, 너무 힘들어서... 담배 피우면 담배피라고 시간도 주고."
"너 미성년자잖아."
"우리도 한 두 달 뒤면 성인이잖아."
"그래서? 지금, 너 미성년자 아니야?"
"그건 맞는데... 부장도 다 이해해 줬고... 애들도 다...!"
"합리화시키는 거야? 다른 이유가... 뭐가 중요해."

문득 준의 질 나쁜 친구들이 생각난다. 준을 미워하는 것보다야 그게 더 쉬웠다. 그래 어쩌면 준이 말하던, 그 좋은 친구들 탓일 수도 있겠지.

"그래 말 잘했어. 애들? 그래, 너 친구 중에선 없겠어? 있겠지."
"내 친구 이야기가 왜 나와."

나답지 않은 말들이 나간다. 서로에게 날이 선 대화가 오간다. 얼굴이 굳고, 성대가 갈라질 듯 언성이 높아진다. 공기가 차다, 어떠한 온기도 안겨주지 못하고. 우리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상처 주고 있을 뿐이다.

"그럼 그 애들이 누군데? 친구들이 담배 알려줬어? 걔네가 피던 상관없어. 근데 넌? 내가 그런 사람들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리고 넌 나한테 거짓말했어. 뭐 담배연기가 다른 사람들 때문......"
"네가 싫어하니까 그랬어. 두 달만 버티면 되는 거고. 내가 바로 끊지도 못하는데."
"난 네 말이 하나도 안 믿겨. 사회생활? 미성년자가 담배 피우면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준은 인상을 팍 쓰더니, 손으로 얼굴 가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준의 움직임에 담배향이 짙게 감돈다.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했다.

"담배 냄새..."
"오늘은, 그게..."
"대답할 필요 없어. 이제 중요한 것도 아닌데."

오늘 대화를 하고 풀어가려던 내 생각은 단단히 틀렸다. 둘 다 굽히지 않는다. 나 역시 준이 이해되지 않듯, 준도 그러하겠지. 평소엔 감정조절을 잘하는데 오늘은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욱하는 감정이 커지고 커져 터질 것만 같다.

"난 네가 날 속인 게 화가 나. 그냥 속여서 미안하다. 핑계 대서 미안하다. 네가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미안하다 이 말이면 됐는데."
"..."
"왜 거짓말을 해, 자꾸. 난 네가 낯설어. 그게 화가 나. 너를 몰라본 나한테 화가 나는지. 날 속인 너한테 화가 나는지."
"미안해."
"그래, 너 말대로 담배? 두 달 뒤면 성인인데. 내가 막말로 탓할 건 뭐야. 근데 넌, 날 속였잖아."
"미안해, 내가 당황해서 말이 헛나왔어."

준은 이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모면하려 굴뿐이고, 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새삼 웃음이 난다. 준역시 나의 단정한 모습이 좋았다고 했으면서.

"그만하는 게 맞을까."
"뭐라고?"
"넌, 사실 내게 미안하지 않잖아."
"아니야, 그게..."
"끝을 낼 이유인지 모르겠거든. 근데 나 너무 답답해."

볼에 찬 공기가 닿는다. 그러나 서로의 말은,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준의 주머니에 손을 뻗은 것은 충동적인 일이었다. 준에게 닿고자 하는 마음 따윈 겨울바람에 차게 식어버렸지만.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