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렬한 태양
쨍쨍 해가 내린다. 머리 위 아득히, 그러나 그늘 한 점 없이.
아버지는 여름날에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깡마른 체격이 여름과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겨울에는 여러 겹을 둘러 겨우 나간 길에도 덜덜 떠는아버지였기에. 가벼운 여름과 잘 맞는 듯보였다.
아버지는 더위를 잘 타지 않았다. 그 무더운 여름철, 우리 방엔 에어컨을 내어주실지라도. 당신께서는 선풍기만을 안고 사셨으니까. 여름을 아버지가 사랑했는지. 사랑하지 않곤 못할 계절이었는지 미처 답할 수 없지만.
세상에게 상처받고 눈물짓는 날엔 그늘을 찾았다. 나는 추위가 두려운 사람이었다. 혼자 일어설 줄 알아야 이번 겨울을 따스히 보낼 수 있을 텐데도. 모진 말에 상처받고 좌절하기를 반복. 아버지의 자식 아니랄까 봐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구나 하는 우스갯소리. 아버지는 어떤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여름날처럼 따스하게, 햇살을 내려주실 뿐이었다. 그 뒤에 내린 그늘까지도 당신의 사랑이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
"너는 대단한 사람이다."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아..."
"넌 그리 넓게 보지 못한다. 세상이 아주 좁은 줄 아는 게지."
고민을 털어둔 그 해 여름, 아버지는 내 팔을 끌어 밖으로 보내시곤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여름이 온다고 매일 뜨겁나, 아니다."
강렬한 햇빛, 아버지는 마른 체격인데도 그림자가 크게 번진다.
"겨울이 온다고, 매일 춥겠나. 그것도 아니다."
역광의 빛에 아버지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햇빛 아래, 담담한 어조로 여름을 보낼 뿐이고. 강렬한 태양 아래, 생긴 그늘막 밑에서 아버지를 바라볼 뿐이다. 아버지는 무슨 표정을 짓고 계세요. 저는 열기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은 그 태양 밑에서 눈물 지은 적 없는데도.
"좌절하지 말거라, 네가 힘들 때 기댈 곳은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
"지금처럼, 그늘이 되어주시게요? 겨울날엔 외투를 걸쳐주시게요?"
태양을 뚫고, 아버지는 온기를 내린다. 여름날보다 뜨거운 체온을 나눈다. 그늘은 막지 못한 사랑이겠지. 아버지는 제게 그늘이세요. 늘 어두운 곳을 자처하시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쩌면 이번 여름도 저는 혼자 태양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할 것 같아요. 겨울엔 아버지 없이 추위를 어찌 견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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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번 여름엔 그늘이 없네요. 장렬한 태양뿐이네요. 온기를 내리는 것은 없습니다. 강렬히 타오르고, 달구어내는 것. 은근한 그늘이 없네요. 당신이 없으니 그늘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당신께선 그날 무슨 표정을 지으셨나요. 그늘 아래 제 표정은 어떠했나요. 나는 당신을 무척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모양입니다. 그늘 없는 하루를 견디기가 쉽지 않네요. 당신은 무척 뜨거웠을 텐데도 말 한마디 내뱉은 적 없네요.
당신이 그립습니다, 여름날 장렬한 태양 같은 당신이. 그 더위를 물리치고 그늘을 내린 당신이. 여름 같되, 그늘을 내게 주던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