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릴게
봄이 오면 뭘 할래? 네게 되묻고 싶었다. 시답잖은 벚꽃 놀이가 아니라 특별한 걸 말해보라고. 그 누구도 하지 못할 멋진 봄을 기다리라고.
너는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 봄에 의미를 갖지 않는다. 누구나 봄을 선망하고 있음을 알잖아. 추워지는 이 계절에, 얇은 옷을 떠올리잖아. 겨울 옷은 너무 두터워. 사람 사는 냄새조차 안 나. 나는 사람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겨울이 싫거든. 멋이 안 나, 나처럼 옷을 못 입는 사람은 멋을 낼 수도 없거든. 예쁘게 가꿔낸 몸조차 가려지는 겨울이잖아. 물론 네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네게 좋은 소리는 아닐 테니까.
"이번 봄엔 벚꽃이 빨리 핀다더라."
"의미 없어. 봄을 볼 수 없거든."
"겨울에도 그 말했었지. 눈을 볼 리가 없다고. 결국 네 말이 틀렸잖아."
"눈 오면 밖 풍경만 안 보이지."
"이번 봄엔 눈도 올걸? 눈꽃, 눈꽃송이겠다."
"애야?"
"넌 좀 애처럼 굴어라."
퉁명스레 입을 삐죽이는 네가 사실 가장 기다리는 건 바뀔 창의 풍경이겠지. 너는 사실 봄을 좋아하잖아. 색채의 계절을 좋아하잖아. 너는 온종일 창밖을 바라보잖아. 그러기에 네가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이었잖아. 사람들 옷도 너무 단순하다며, 비가 오는 날은 습하기만 하고 멋도 없다고. 그래도 눈은 운치 있다고 했었으니까. 넌 여름마저 보고 다시 겨울이 오지 않을까 걱정인거지. 아니면 봄을 기다리는 게 두려운 건지.
네가 봄을 두려워하는 건 알고 있다. 네가 봄을 기다린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속상할 것 같아서 그런 거겠지. 근데 너도 모른다, 나는 네가 이럴 때 가장 속이 상한다는 걸.
너를 매일 설득해 본다. 너도 봄을 보고 싶다, 봄을 사랑한다 말하라고 얘기해 본다. 넌 온종일 이 작은 침상에 있을 뿐이고, 얇은 옷 한 벌로 일 년을 살아가니까. 그 사실이 서로를 아프게 하곤 하니까.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는 건 좀 어때서. 너는 쓸데없이 자존심을 부린다.
"바보야, 특별한 봄을 기다리자는 거야."
"..."
"봄은 반드시 온다."
네 머리칼을 어루만진다. 네 겨울에도 온기를 불어넣는다. 너는 나와 함께 봄을 기다리자. 이번 여름도 이겨내고, 가을을 딛고 또 겨울을 보내며. 또 봄을 기다리자. 매번 봄을 기다리기 두렵다면, 특별한 봄을 기다리자. 네 기다림이 두렵지 않게, 네 손을 잡아줄 테니. 나와 봄을 기다리자. 네 운동화에 얼룩한 진흙 속, 벚꽃 잎을 떨어트릴 그날을.
나 역시,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