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쥘 온기
날이 부쩍 추워졌으니 옷을 여미는 습관이 생겼다. 목티는 목이 답답해서 그다지 입고 싶지가 않고. 옷을 겹겹이 입기엔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고.
'머리를 괜히 잘랐지.'
홧김에 단발로 친 머리칼이 추위를 부른다. 목덜미 서늘하게 바람을 남기고. 칼바람에 머리칼이 이리저리 나부낀다.
유독 손발이 금세 차가워지는 내게 가을은 손 시린 계절이다. 고작 짧은 시간 밖에 있을 뿐인데 손발이 꽝 얼어붙고. 손은 더 이상 내 손 같은 느낌도 주지 못하니까. 가을이 없어진다더니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젠 정말 겨울이 올 테니까.
그래도 가을의 계절감을 사랑한다. 가을은 늘 지나치는 법이 없으니까. 결코 지나치지 않으니까.
"내가 부끄럽지 너는."
가을날 한 마디 던진 말, 그 말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었지.
"너는 날 한 번도 소개해준 적 없잖아."
그래, 너는 날 한 번도 소개해준 적 없었다. 너의 그 친구에게도, 너의 그 잘난 SNS에도 날 애인으로 소개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너의 유일한 애인이고, 그 사실은 너만이 안다. 나도 모르겠단 말을 하는 건 너의 그 애매한 태도 탓일 테니까.
너는 내 손이 쉽게 차가워지는 걸 모른다. 이번 가을은 유독 짧다는 것을 모른다. 언젠간 떠나갈, 지나갈 시간이 소중한 줄조차 모르니까. 너는 그런 식이다.
항상 차가운 내 손조차, 따스히 잡아줄 수 없는 그런 사람.
"우리가 함께한 게... 이 가을이 몇 번째인 줄 알아?"
대답 없는 내게 질문을 던진다. 답하지 않아도 될 질문, 굳이 내뱉고 스스로 상처받는 질문.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내 무던함이 좋다고."
가을 같은 사람이랬나. 너는 내게 활활 타오르지 않는 마음이 좋다고 했었고, 쉽게 차게 식지 않는 것이 좋단 말을 했다. 너는 모르던 거겠지. 그런 마음일랑 쉽게 도망가버린다는 것을.
"... 이제 겨울이다."
난 함부로 뜨거울 수 없었다. 네 지긋지긋한 사랑은 지나치는 법이 없어서. 내 사랑마저 검열하고 드니까. 너에게 난 자랑스러운 가을이 아니었잖아. 그저 스쳐 지나갈 작은 계절. 우리가 사랑한다면 가을이 아쉬웠을 것을. 이 가을이 끝나니 속이 다 시원하잖아.
겨울은 원래 시려, 내 손발은 원래 차고. 가을은 늘 짧고, 늘 계절은 끝이 나. 손발이 얼어붙어. 가을은 지나쳐. 언제나,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