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카페는 온기를 나누고
"겨울 카페근무는 어때?"
"너무 힘들지. 난 겨울이 가장 힘들더라."
그녀는 카페에서만 세 번의 겨울을 보냈다. 여름에 입사해선 빙수나 시원한 음료 따위를 팔았고. 겨울쯔음이 되어서야 스팀을 배워 따뜻한 음료들을 만들어냈다. 카페는 여름이 성수기라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엔 그렇지 않았다. 여름은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라면, 겨울은 한 잔마다 더 깊은 정성이 들어가는 법이니까.
"여름엔 뭐랄까, 다들 급하거든. 근데 겨울은 급할 수조차 없달까."
그녀는 여름에 입사해 허둥지둥 음료를 만들던 때를 떠올렸다. 레시피 하나를 잘 외우지 못해 몇십 개의 재료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만들었던 그때. 그러나 겨울은 어땠나, 스팀을 치던 그 순간만큼은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능숙해진 탓이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겨울의 카페가 더 버거웠음을 기억한다.
그녀는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건네어본다.
"여름은 사실 바빠서 기억이 안 나거든? 근데 겨울 그 손님은 똑똑히 기억해."
그녀가 처음으로 혼자 스팀을 해내던 날이었다. 손님도 적고, 여유 있는 시간이라 혼자 해보던 그 시간. 처음 하는 스팀인 만큼 그녀는 몹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공기주입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굉음에 그녀는 조금 놀랐고, 미처 스팀을 잘 해내지 못했다. 못 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엔 조금 아쉬운. 살짝 잔거품이 찬 그런 우유. 쭈뼛거리며 그녀가 라테잔을 내밀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뚜껑조차 닫지 않고 내밀어냈다.
"고객님, 라테 맞으시죠?"
"네, 고마워요."
"제가 오늘 처음 혼자 해본 날이라..."
말 끝을 흐리는 그녀에게 인상 좋은 할머님은 그런 말을 하셨다.
"너무 특별한 음료네요. 고맙게도."
"조금 미숙한 것 같아서. 다시 만들어드릴까 하고..."
"아가씨가 혼나는 거 아니에요? 전 괜찮은데."
뜨거운 라테를 후 불지도 않고. 손님은 벌컥 라테를 마셨다. 그녀가 놀라며 걱정하자 손님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웃어주던 것이었다.
"맛있네요. 고마워요, 이야기해 줘서. 잘 마실게요."
"아, 어... 네... 감사합니다."
그 뒤로 한참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역시 자신이 만든 커피가 맛이 없었나 떠올렸지만, 답을 들을 수가 없으니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두 번의 겨울을 더 보내면서도 한 번 뵌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는 친구에게 웅얼거리듯 이야기를 전한다.
"나 이제 진짜 스팀 잘 치거든. 근데 안 오시네."
그 라테잔을 쥐었던 순간은 몹시 뜨거웠다. 평생 뜨거운 것이라곤 쥐어본 적이 없어서. 그 붙잡았던 라테잔은 무척이나 뜨거웠었다. 그런 따스한 호의에 손을 타고 마음마저 따뜻해지기 일쑤였으니까. 그녀는 말을 덧붙인다.
"겨울은 말이야, 카페가 제일 따뜻해지는 계절이야."
그녀는 이제 능숙하게 라테 제조를 해낸다. 깔끔한 거품의 라테 아트. 누구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 테니까. 그녀는 이 작은 머그컵을 꼭 쥐고 온기를 느낀다.
"... 마음이 가득 차는 계절이거든."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할머님이 다시 가게를 오시는 날에는 가장 따뜻한 라테를 건네어드릴 것이라고. 온기를 돌려드릴 거라고. 그녀는 라테를 한 모금 마시며 온기를 느끼려 애쓴다. 이제는 그녀도 온기를 내어줄 수 있을 텐데.
뜨거운 한 모금, 차가운 공기. 손에 쥔 카페라테. 그리고 라테는 아주,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