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 켤레
장터에서 사 온 신발 한 켤레. 내 발 사이즈는 235. 신발사이즈는 235. 딱 맞는 그 신발. 엄마는 그 신발을 내게 건네셨다.
어릴 때 학교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메이커도 못 신는 거지새끼라고. 어릴 땐 캐릭터 운동화를 신으면 취향차이라 탓하면 그만이었는데. 애들이 부쩍 커, 캐릭터 신발을 사지를 않고 내 신발 로고까지 확인하고 드니까. 난 그게 참 억울했었다.
어린 마음엔 그 신발이 부끄러워서 교문 앞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곤 했다. 우습게도 그 삼선 슬리퍼마저도 정품이 있다며 나를 비꼬기 바빴지만.
싸구려 신발은 금세 해져 반년 이상을 버티질 못했고. 단 한 켤레의 신발을 가지고 있는 난 장마가 싫었다. 툭하면 물이 스며들어 발을 축축이 젖게 하곤 하니까.
"신발 새로 사줘. 다 해져서 비 샌다고."
"꼭 사줄게."
"나도 브랜드로 사달라고. 애들이 다 놀리잖아."
"엄마가... 꼭 사줄게."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엄마는 누구나 알법한 그런 신발은 한 켤레도 사준 적이 없다. 집 사정은 꾸준히, 지독히 나아질 기미조차 없었고. 사실 고등학생이 된 이후엔 그런 메이커 신발 따위 그 누구도 관심 갖질 않았으니까. 나는 곧잘 그 싸구려 신발을 신고 나섰고. 엄마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였다. 나도 그랬다. 어릴 적 그저 그런 가난 따위. 메이커 신발 따위 중요하지 않으니까. 어른이 된 지금까지, 그저 비에 젖은 신발을 신던 그 기억만이 내게 남았을 뿐이다.
"벌써 신발 다 해졌네."
"... 이거라도 신을래?"
"뭔데?"
엄마는 망설이다 신발을 건네오신다. 고이고이 옷장 속에 넣어둔 그 신발. 신발은 늘 그렇듯 235, 내 발 사이즈도 235. 그 포장지를 벗겨내니, 늘 그렇듯 아무도 모를 그런 신발.
"... 메이커는 아니야."
"엄마."
"네가 좋아할지 모르겠어."
"... 언제부터 사뒀어."
"저번 장마부터... 네가 장마를 싫어하니까. 젖은 뒤에 주면 마지못해 받아줄까 했지"
엄마는 씁쓸한 듯 웃어 보이고. 나는 욱하는 마음에 투정을 부린다.
"... 내가 애야? 아직도, 그런 이유로 신발도 안 신게?"
"네가 싫어하던 게 아니잖아. 너는 그런 신발을 부끄러워했으니까."
"..."
엄마는 몇 번의 장마를 기다렸을까. 몇 번을 무너졌을까.
"나 이제 아무거나 잘 신어. 엄마말대로, 그 신발이 싫은 게 아니었어."
포장을 뜯어 내 발에 꼭 끼운다. 폭신한 쿠션감 대신 얇디얇은 싸구려 신발.
"딱 맞네, 봐..."
비가 오는 날이 아닌데, 축축이 젖어드는 신발. 비 따위에 무너지지 않았어. 결코 무너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