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오늘은 뷔페 출근..."
몇 없던 웨딩 예약, 부장님은 처음이니 뷔페에서 한 시간만 일해보자 권하셨고. 나는 그것에 응했다. 그런 부로 오늘은 웨딩홀 큐알체크 업무를 마치면 3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저번주 준과 다툰 이유 어색한 사이로 관계를 유지하고만 있었다. 준과 나는 형식적인 연락만 보낼 뿐이고,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서도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지 않았으니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냐고 되물어보기 바빴다. 나는 그런 거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헤어졌겠냐는 말을 할 뿐이었고. 준에겐 애정 섞인 어떤 연락도 보내지 못했다. 준에게 일상을 이야기하며 전하는 것이라곤 고작 블리스 웨딩홀 이야기, 출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준은 나에게 웨딩홀 업무에 대해 미리 알려주었으며. 나는 그 이야기로 준과 겨우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준과 어떤 연락을 할 수 있었을까. 한편으론 이런 인수인계가 고마웠지만, 우리 사이는 예전처럼 가깝지 못했다.
출근하러 가는 길, 준과 정문에서 마주쳤다. 준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지금 출근하는구나. 잠은 잘 잤어? 긴장되겠다."
"응, 푹 잤어. 혹시 피해 끼칠까 봐."
"네가 피해는 무슨. 잘할 거야."
"고마워. 일 잘하고."
"응, 너도."
낯선 근무 배정, 낯설어진 준과의 대화는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준은 예전처럼 다정했지만, 우린 예전 같진 않았으니까.
웨딩홀 업무를 마무리할 때쯤엔 준이 5층으로 올라와 나를 불렀고. 나는 준은 따라 3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며 다시 가벼운 인수인계를 받았고. 준은 나를 위해 열심히 설명을 덧붙여냈다.
"우리는 구역을 과일 이름으로 불러. 바나나, 딸기, 사과 이런 식으로. 첫날이라 구역 하나만 맡겠지만. 그래도 구역 이름들은 대충이라도 알아두면 좋아."
"내가 맡을 구역은 어디야?"
"아마 딸기일 거야. 거기가 규모가 제일 적고. 로드 손님들이 주로 오시니까."
"고마워, 알려줘서."
"... 아니야, 내가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지. 내 파트랑 멀긴 한데.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러 갈게."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준은 원래 친절한 사람이었다는 생각. 준을 좋아했던 이유가 그랬다. 준은 내 일이라면 크게 가리지 않고 도와주려 했으니까. 심한 독감에 걸려 집밖으로 나가질 못할 때 준은 매일 문고리에 내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걸어두는 걸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왜인지 오늘 준도 내가 힘들어 보이는 순간 달려와 나를 도와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다른 것은 모두 흔들린 지금이지만,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고마워, 진심이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준은 손을 움찔하다 그저 흔들고 뷔페로 들어갔고 나 역시 대강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이내 직원휴게공간에 들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준은... 원래 좋은 사람이야."
혼자 중얼거리는 그 말. 깊은 생각에 빠지려던 그때, 문이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캡틴인가 생각했지만, 단발머리의 사람이었다.
"뭐야."
그녀는 나를 흘겨보곤 그리 말했다. 순간 멈칫하고 굳었다.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
"쟤가 여기엔 왜 있어."
이 공간엔 나만 있을 뿐이다. 명백한 나를 향한 적대. 그러나 답할 수 없는 그런 말들.
"5층 초짜가 여길 왜 오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