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 - 2

Ep6

by 유월

"아, 안녕하세요."
"... 말을 해줘야 알지 하여간."

듣고만 있을 순 없어 먼저 인사를 건넸으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뭐야, 지금 나 무시한 거야?'

날 본 척도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 모습. 그녀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흘깃 쳐다보곤 나를 위아래로 훑기 바빴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비열한 웃음을 짓곤 시선을 확 피해버렸고. 나는 어버버 말을 더 이어갈 수가 없었다. 이내 그녀는 쾅 소리가 나게 문을 여닫고 나가버렸고, 나는 황당함에 문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뭐, 저런..."

황당함에 말이 잘 나오질 않는다.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있나. 난 그저 캡틴을 기다리며 휴게실에 들어왔을 뿐이고. 5층 직원도 사용 가능하다고 전해 들었는데. 그녀가 왜 나를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사람처럼 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분 나빠..."

한참을 멍하니 시선을 고정하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내, 똑똑 소리가 들려왔다. 정중한 노크 두 번, 그리고 조심스레 열리는 문. 이번엔 내가 기다리던 캡틴이었다.

"기다렸어요?"
"캡틴...!"

나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캡틴을 맞이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지고, 어색함에 괜히 미소가 새어 나왔다. 캡틴도 당황한 듯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었다.

"어... 많이 기다렸어요?"
"... 아, 아니에요."

나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
캡틴과 함께 뷔페홀로 이동하는 길에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했다. 캡틴은 차분하게 업무 설명을 시작했고, 내 눈을 마주하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한 시간만 일할 거라서 많이 배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가 구역을 나눠서 부르는데... 딸기 구역만 맡아주면 될 것 같고. 다른 친구들이 파트 두 개씩 맡으니까... 같이 봐주는 친구가 있긴 할 거예요."
"네, 캡틴.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기본 업무 알려줄게요."

물을 따르는 방법, 고객 응대 매뉴얼, 손님 접시를 빼는 법. 캡틴은 잘하려고 하기보다 실수하지 않는 것을 강조해 주셨고, 나는 그에 수긍했다.

'그래, 실수하지 말자.'

이러한 인수인계를 받으니 어릴 때 뷔페의 직원들도 이러한 응대를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이런 과정을 겪었겠구나 하는 생각.
캡틴은 가벼운 인수인계를 마치고 슬쩍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캡틴에겐 짙은 향수향이 났다. 내 코 끝엔 캡틴의 향수향이 맴돌았다.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제가 카운터 쪽 볼 거라, 바쁘면 도와주러 올게요."
"감사합니다, 캡틴."

캡틴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곤, 앞치마를 다시 꽉 묶었다. 손에는 물병을 쥐었고, 홀의 일하는 직원들을 지켜보았다. 전에 식사를 하던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가 해야 할 업무처럼 보인다.
그때 아까 본 단발머리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어 저 사람...'

단발머리 그녀는 손에 접시를 두어 개정도를 올려 치우는 모양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더 많은 접시를 들었지만, 그녀는 그리 빠르지도 않았고. 그다지 밝은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게 방금의 기억이 떠올라 그녀를 주시했는데. 그녀는 내게 다시금 눈을 흘기고 비웃더니 이내 시선을 다시 거뒀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걸음을 옮겼다.

'뭐야, 일하는 중에...'

자리를 옮긴 그녀는 속닥속닥 직원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조용히, 그러나 내 귀에는 들리게. 그 음성에 집중하니 문득 그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사람이다.'

생각해 보니 그녀와는 구면이었다. 뷔페 밥을 먹으러 왔을 때 난 분명히 그녀를 보았다. 불쾌한 웃음을 흘리던 그녀, 그 수군거림, 내 귀에 들리던 그 '5층 초짜'라는 그 말. 그때처럼 그녀의 높은 톤의 음성이 내 귀에 박히는 것만 같았다.

"재수 없지, 완전 낙하산이지~"
"하긴, 꽂아준 거잖아. 완전 낙하산. 오늘은 뭐 하러 왔대?"

그녀와 직원분의 대화에 마음속 무언가 동한다. 그녀는 나를 좋게 보질 않는 것이 확실하다. 속닥거리는 척하곤 내 귀에 속삭이듯 크게 떠벌리고 있으니까.

'난 저 사람에게 실수한 게 없어. 그럼 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왜인지 모르게 익숙한 그녀의 얼굴, 그 비열한 웃음. 입술을 꾹 다문다. 나와 달리 그녀의 입술은 멈추질 않는다.

"왜겠어. 남자직원들 보러 온 거 아니야?"

그녀가 날 바라보고 웃는다. 나를 바라보며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듯.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아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구나.'

텃세, 그녀는 지금 내게 텃세를 부리고 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