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뭘 쳐다보는 거야. 어이없게."
그녀는 결국 나를 대놓고 조롱하고 든다. 내가 그녀를 향한 응시를 멈추지 않자, 이제 옆의 직원마저 나를 비방하고 들었다.
"싸가지없긴."
살면서 나에게 이렇게 함부로 굴던 사람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은데. 왜 나는 저들의 말에 한마디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지. 둘의 비웃는 소리가 머리를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 사이를 파고든 것은 손님의 음성이었다.
"저기요, 그릇 좀 치워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손님. 바로 치워드릴게요."
둘에게 정신이 팔려 그릇을 바로 치우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 서둘러 걸음을 옮겨 손님에게 향하는데, 그들의 시선도 나를 따라왔다.
"즐거운 식사시간 보내세요."
무의식적으로 교육받은 멘트를 해낸다. 한 손을 등 뒤로 숨기고, 한 손으로 그릇을 빼낸 뒤 뒤로 두 걸음 걸어 자리를 빠져나와 생각에 다시 빠졌다. 처음 그릇을 치우는 것이다 보니 정신도 없는데, 저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기가 막혔다.
'일에 집중도 못하고... 이게 뭐야.'
낙하산이라는 말이 자꾸 신경에 거슬렸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부장님이 준의 프로필 사진 속 내가 맘에 든다고 일을 시키자고 하신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저런 모욕을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뭐... 남자직원을 보러 와?'
뷔페 직원들끼리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으니. 준의 프로필에 있는 내 사진을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준의 여자친구인 것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남자친구도 아닌, 남자직원을 보러 왔냐는 그 말. 그 말 역시 모욕적인 언행이었다.
다 단정히 한 갈래로 묶은 머리 사이에서, 그녀의 단발머리는 유독 눈에 띄었다. 얼룩덜룩한 머리는 그녀가 염색을 대충 한 것이 눈에 보였고. 그녀의 진한 화장 역시 시선을 끌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높은 하이톤에 가까웠음에도, 목소리 끝이 갈라지고 호흡이 부족한 것이 듣기가 몹시 거북했다. 그녀의 말을 곱씹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품평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런 그녀가 날 비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홀이 바빠지고. 정신없이 그릇을 치우고, 물을 따라주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캡틴이 내 구역에 와 도움을 주고 계셨다.
"어 캡틴..."
"바빠 보여서요. 이상하게 오늘 딸기가 바쁘네요?"
"바쁜 거죠? 제가 일 못하고 있는 줄 알고."
"아니에요, 잘하고 있어요. 초보인데 그릇 5개씩 빼는 건 재능이죠. 오늘 사람이 몰려서 그래요. 같이 뺄게요."
캡틴과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그릇을 마저 치우자 그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내 뒤통수를 강타한다.
"저봐, 캡틴한테 불쌍한 척하고 있네."
욱하는 마음에 뒤돌아보자, 그녀는 또 비웃음을 흘린다. 저 모욕적인 말은 캡틴에게 들리지 않은 것 같다.
"하 진짜..."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진다. 한숨을 크게 내뱉자 캡틴이 놀라 뒤돌아보며 내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그게..."
캡틴이 나를 따라 내 시선 끝을 주시하자, 시선 끝 그녀가 머문다. 캡틴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이해했다는 듯 말을 꺼냈다. 잘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다.
"정아야, 홀 바쁜데 뭐 해."
그녀의 이름이겠지. 정아라는 그녀는 캡틴을 바라보곤 활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죄송해요, 잠깐 생각한다는 게. 걱정 마세요."
캡틴은 그녀에게 한숨을 쉬곤, 내 어깨를 두드렸다. 캡틴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적당히 하자. 바쁘니까."
".... 네. 그럼요, 캡틴."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난 저 표졍을 본 적이 있다. 준이 캡틴을 모욕하고 좌절한 그날의 표정. 자존심이 다 꺾인 저 표정.
'알겠다.'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