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 - 4

Ep6

by 유월

'좋아하는 거겠지. 캡틴을.'

차가워진 캡틴의 표정과, 그녀의 표정을 번갈아보니 답은 더 명확하다. 그녀는 사랑을 잃고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준이 생각난 이유는 그랬다. 담배를 피우던 것을 들킨 날, 나 역시 담배를 피우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던 그날. 준이 상처받았던 표정이 생각났다. 그리고 뒤이어 자존심이 다 꺾인 채, 캡틴에게 분해하던 준의 표정. 그녀의 표정은 그랬다. 분한 듯 떠는 그녀의 모습이 그랬다.
분함에 앞치마를 꼭 쥐고 떠는 그녀는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더니 이내 나를 노려보곤 휙 자리를 떠났다.

'뭐야, 진짜..'

나도 모르게 캡틴을 바라보았다. 캡틴은 빙긋 웃더니 묵묵히 그릇을 치워줄 뿐이었다.

"조심해요, 그러다 다칠라."
"네, 캡틴도 조심하세요."

그녀가 그렇게 금방 꺾일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나는 그릇을 치우는데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
"한 시간 금방 가죠?"

캡틴이 빙긋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그랬다, 캡틴의 말처럼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으니까.

"네, 시간이 다 된 줄도 몰랐어요."
"그럼, 쉬고 더 일할래요?"
"... 네?"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아, 그게..."
"음... 잠시 수다나 떨까요? 어차피 저도 쉬는 시간이니까."

퇴근을 앞두고 있던 내게 캡틴은 그날처럼 옥상에 같이 가길 권했고. 나는 그날을 떠올렸다. 서늘한 공기와, 짙은 향수의 향, 달콤한 사탕.
난 캡틴의 눈에 약한 편이다. 그 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말을 걸면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게 되니까.

"... 그럴까요?"
"역시 그럴 줄 알았죠."

캡틴을 따라 함께 옥상으로 가는 길, 캡틴은 사탕을 건네온다. 오늘도 같은 사탕맛, 초코맛과 딸기맛.

"다른 건 안 좋아하세요?"
"왜요, 얻어먹는 게 눈치 보여서 뭐라도 사주려고요?"

캡틴은 눈치가 빠르다. 단번에 내 마음을 파악하다니.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네... 들켰네요."
"하긴, 사람 마음 읽는 게 어려운 일이죠?"

알 수 없는 캡틴의 말이지만, 특별하게 들리는 것은 내 기우가 아닐 것만 같았다. 나도 캡틴의 대화 방식을 따라 해본다.

"... 다 아셨어요?"
"네, 대충?"

옥상 문을 벌컥 여니 바람이 들이친다. 캡틴의 단정히 내린 앞머리가 휘날린다. 나도 모르게 캡틴을 바라보니 캡틴은 빙긋 웃던 얼굴이 아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눈치가 빠르다는 건, 좋은 게 아니죠."

캡틴은 정말 내 말을 다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캡틴의 눈을 바라보니 캡틴은 이내 늘 그렇듯 미소 지어 보인다.

"원래, 조금 그래요. 요즘... 더 심해진 것 같긴 하지만."
"... 정아님이요?"
"것 봐요, 다 안다니까."

옥상은 항상 바람이 세차게 분다. 캡틴의 덮인 머리가 넘겨져 더 어른스럽게 보인다.

"궁금하죠, 정아가 왜 그러는지."
"... 저도, 눈치가 빨라요."

캡틴이 가까이 다가온다. 눈이 맞닿을 거리까지.

"밉겠다, 그러면 더 궁금할 텐데."

그래, 나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숨 닿을 거리, 다시금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캡틴.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 음성. 그녀가 그에게 반한 이유도 이러했을까 떠올렸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