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상담은 나의 탓

by 유월

외로움은 어릴 때부터 느끼던 감정이었다. 내 유년기는 차디찬 현관 앞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는 순간들로 가득했다. 폭신한 소파도, 편안한 침대도 아닌 딱딱하고 서늘한 그 현관에서 부모님을 기다렸으니... 그렇게 간절함 끝 만난 부모님이 사랑이 넘치게 '따스히' 안아준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그 차가운 외로움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다.
상을 받고, 반장이 되어도,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도 부모님의 사랑은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은 ‘당연한 것’ 일뿐, 단 한 번도 ‘잘했다’는 말로 돌아오지 못했다.

난 사랑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부모님은 무심하셨기에 점점 결핍에 익숙해져가곤 했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그저 작은 관심이었는데. 단 한순간도 내게 만족할 만한 사랑을 주신 적이 없었다.

그 부족한 사랑 속, 결핍을 드러내기보단 감추는 아이가 되었다. 학교에서는 착한 모범생에 가까웠고. 문제를 일으켜봐야 더 사랑받지 못하리란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 자연스레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사랑에 치중하였고. 점점 부모님께 애정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착한 학생, 문제없는 막내였던' . 그런 나의 '문제'가, 상담의 이유가 되진 않았다.

내 첫 상담은 다름 아닌 성추행 때문이었다. 사진 촬영 기사님의 불필요한 접촉으로 불쾌감을 느껴 일기장에 작성하였고, 담임선생님의 조언으로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엄마는 무척 놀라셨지만 그게 전부인 줄 아셨기에 상담이 오래 지속되리라 보진 않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상담은 5회기가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해당 문제에 대한 호소는 없음에도 나는 상담을 종결하지 못했다. 가족 그림(KFD)을 그린 날 상담사분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셨고. 나는 그 뒤로도 쭉 엄마손을 잡고 상담실에 가야만 했다. '낮은 자존감', '가족소외', '외로움' 그것이 내 이유였을지. 어느새 가족들 이야기로 시간을 채운 내 상담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어야만 했다.

상담은 종결하지 못하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이어져야만 했다. 그때쯤엔 엄마가 우시는 걸 봤던 것 같다. 나는 상담실에 가는 발걸음이 더 이상 편치 않아 져 엄마 손을 더욱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 체온이 따스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난 엄마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손마저 놓는다면, 그 손으론 엄마가 눈물을 훔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상담은 분명 내 잘못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 상담이 종결 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나의 탓일 테니. 일평생 '상담받는 딸'로 멈춰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나를 잠식했다.

'나는 한심하고, 부끄러운 딸일 뿐이겠구나.'

나는 일평생을 외로운 상담을 받아야겠구나 하는...
어쩌면 평생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으리란 두려움. 나는 그것이 마지막 상담이 되어야, 부끄러운 딸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에 없는 딸보다야 그게 더 나을 것인데도 조급함에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슬프게도 그것조차 마지막이 되어주지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