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고 싶은 한 마디
"나한테 털어둬. 내 전공이 뭐냐. 전문가한테 얘기하라고."
심리학과에 온 것은, 가족의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런 이유도 있었다. 나의 어떠한 명칭이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상상. 지망하던 그 시절에도, 충분히 힘이 되어주었지만. 이내 가지곤 더 크게 와닿던 그 성취. 친구들은 역시 심리학과라 다르다며 날 칭찬해주곤 했지만. 그 명칭의 힘은 내가 가질 수 없던 신기루와 같은 것이었다.
상담을 받으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 '다른 사람이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말을 하셨을 건가요?' 나는 번번이 그런 대답을 했다.
"...라고 이야기했겠죠. 그런데, 그게 저라면 전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어요. 그냥 한심하네요."
남의 이야기엔 그렇게 공감하고 응원해 주면서. 정작 내 이야기엔 한마디 말조차 못 하는 사람. 앞서 말한 것처럼 내 학과는 내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상담과, 심리의 기본은 내 마음을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나는 조금의 마음도 털어놓질 않으니까. 가끔은 나를 속여 진실로 만들곤 하니까. 그런 내가 심리학과 학생이 된 것은 말 그대로 우스운 일이었다. 자신의 마음조차 모르는 심리학과생, 그러나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단 오지랖. 나는 내가 우습고도, 미련해 보였다.
내가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성 우울증, 끝내 헐떡이기 바쁜 그 짧은 숨통이 불쌍해 밀어 넣는 밥 한술이. 좋아하지도 않는 알코올을 찾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어디서 말이 많은 사람은 상처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숨기는 게 많아서 말이 많은 거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웃기게도 나는 말이 많은 편이고, 주변에서 재밌게 이야기를 한다고들 하니 그 말은 꽤나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면 나는 분명 마음 아픈 사람일 테니까. 마음 아프다는 것을 정신병리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니까.
오늘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밤이 두려우냐고, 다음은 버틸 수 있겠느냐고. 그리고 너를, 스스로를 사랑하냐고. 대답 없을 질문을 던진다. 남들에게 그리 쉽게 말하던 '고맙다' 그 말이 참 어려워서.
이 글은 결국 버텨내는 글이다. 하루하루를 간직하고 싶은 글이다. 어딘가에 또 우울함을 안고 살아갈 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다.
그리고 지금 이 말은, 정말로 나를 위한 말.
내일이 와, 결단코. 글을 쓸 수 있어, 어쩌면... 먼 미래에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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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스무 번째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로 삶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무척 뜻깊은 일입니다. 더 많은 기록을 남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