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소멸
꿈에 네가 나왔어. 나와 함께 가자고. 그러나 목소린 없이. 이상하지, 함께 가자는 네 말에 음성조차 없다니. 네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인지, 꿈이라 들리지 않았던 것인지. 그저 없던 음성이었던지. 나는 알 수가 없었어.
네 목소리는 어땠나. 다정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였던가. 무심한 듯 던졌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어.
사랑을 할 때에 내 목소리는 어땠나. 늘 진실되게 널 사랑했던가. 진심일랑 숨기고 툴툴댔던가. 애교 섞어 다정히 널 불렀던가. 이마저 기억이 안 나서.
우리가 사랑을 했던가, 네 목소리가 사랑을 담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네 사랑이 기억이 나지 않아. 날 부르던 그 다정한 목소리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미안해, 네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아. 고요한 정적 끝, 아무 소리 없는 공허함. 우리 사랑이 들리지 않아.